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85

중견으로서의 지금 모습은 품위도 있어 보이고 세련된 중후한 모습이기도 했다. 자정이 넘어서야 자리를 일어서게 되었는데 이문동에 살고 있는 그가 나의 부모님이 계시는 역촌동에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것이다. 새벽 한시가 넘어 도심이나 도심 밖이나 모두 한산했고 다니는 차량도 별로 없었다. 홍은동 네거리에 다다르자 신호등이 빨간 색으로 바뀌었다. 전후 좌우 어느 쪽에도 오가는 차량이라고는 우리가 타고 있는 차 한 대뿐이었다. 잠시 후 우리의 뒤쪽에 또 한 대의 차가 와서 멈추었다. 이 교차로에는 이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두 대만의 차가 앞뒤로 서있게 된 셈이다. 주행신호를 기다리기 시작한지 몇 초가 지날 때 뒤에 있던 차가 계속하여 경적을 울리는 것이었다. 한번 울리고 나더니 계속하여 울려댔다. 아주 신경질 적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뒤차의 운전자가 손가락을 앞뒤로 휘저었다. 빨리 가라는 듯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초록색 신호등을 기다리며 서있자 끼익 소리가 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우리 차의 오른쪽으로 다가서며 창문을 내리더니 “촌놈의 X 끼” 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또 다시 끼익 소리를 내며 고속으로 앞질러 가는 것이다. 신호등은 아직도 정지신호인 빨간 색이었다. 학창시절에 서로가 서슴없이 육두문자의 욕설까지 하며 지내던 절친한 친구였지만 십여 년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