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42
명 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세계 제일’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세계 제일이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이든 한번 내놨다 하면 바로 그것이 세계 최초요 최대이며 최고의 것이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렇게 모든 것이 세계 제일이라면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즉 첫 번째로 꼽히는
나라가 돼있을 법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에서도 맨 앞장에 서 있어야 할 것도 같은데 뭣
하나 그럴만한 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간혹 음주나 흡연 율이 세계 제일로 꼽히더니 몇 년 전부터는
교통사고 부문에서도 세계제일이라는 대열에 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데모나 파업도 손꼽힐 정도이고 해외원정
데모까지 하는 데모강국이 돼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 제일이 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남들이
힘들여 일구어 놓은 세계 제일의 것을 소유하고 그 소유 자체를 뽐내고 싶어는 하면서도 스스로 이루어보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아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걸핏하면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이름아래 내놓은 제품도
막상 열어놓고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수준의 과대광고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수없이 봐왔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한 대에 1-2 억이 넘는다는 독일의 고급 차 머세데스 벤츠 자동차의 예매를 하는데 단
하루 만에 오백 대가 팔렸다 하니 우리나라도 잘살기는 잘사는 나라인가보다. IMF 가 어떻고 실업률이 어떠하며
고급인력들이 거리의 노점상으로 나서고 지하도 한 구석에 신문지를 깔고 잠자고 있는 노숙자들의 모습은 어쩌다가
신문이나 방송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독일에 수천 명의
응원단이 가는걸 보면 부러움을 살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하기야 더러는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 중에서 몇
가지는 이미 세계 제일의 수준에 올라있는 품목도 있다. 반도체나 통신기기, 전자제품이나 조선 등도 그렇고
유전공학 부분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부분이다.
명품.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물건을 살 때는 좋은 물건을 고르고 싶은
것은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그 좋은 물건이라는 것은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일까. 그
판단의 기준은 보는 사람들마다의 눈높이에 따라 각각 다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분들의
눈높이는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지 모르겠다. 가끔 한국에서 방문해온 손님들을 모시고 쇼핑을 나가게 될 때가
있다. 백화점에서 옷을 고를 때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대로라면 색상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며 가격이 높지 않으면 좋은 물건으로 생각하고 사든지 말든 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떤
브랜드이고 어디서 만들었는지에 관한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사용해야 할 물건을 사려는 것이지 브랜드이름을
구입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가가서 검토하는 것은 라벨이 첫 번째 순서인 것 같다. 브랜드 이름과 제조된
원산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같은 ‘리바이스’ 브랜드의 청바지라 해도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가 아니고
스리랑카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로 원산지 표시가 돼있으면 두 번 다시 볼 필요가 없다는 듯 발길을
돌린다. 메이드 인 코리아 라벨이 붙어있는 경우에도 같은 모습으로 돌아서는 것을 볼 때는 어떤 배신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던 일이 생각난다. 하기야 한국제품은 한국에서 직접 구입을 하면 더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것이고 구태여 이곳에서 사서 여행보따리의 무게를 늘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물건은 괜찮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싸도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은 모습을 보게 되면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격이 낮으면 무조건 싸구려
저질품목으로 여겨지는 것일까.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수입해오는 물품 중에 해외의 가짜 유명 상표를 붙여서 들여오다가
적발되는 일이 적지가 않다. 모조품. 가짜 상표. 왜 한국에는 이런 블랙마켓이 형성되며 뿌리가 깊어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짜가 아니고 오리지널 한국 상품이더라도 외래어로 표기된 상표를 붙여야 인기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직접 확인을 해 본적은 없지만 다른 정황으로 볼 때 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