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33
했었다. 담배를 피우는 흉내를 내보고 싶었다. 종이를 담배크기로 똘똘 말아 불을 붙여 거울을 봐가며 들여
마시기도 하고 내 품기도 해봤다. 여러 가지 다른 모습의 폼을 잡아보기도 했었다. 연기를 코로 내보내기 위해
깊숙이 삼켰다가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재채기까지 나오는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그런데도 찬물을 마셔가며 이
짓을 반복했었다. 이를 보신 어머님께서는 “네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다 배우고 오직 담배
피우는 일만 남아 있는 것 같다”며 꾸짖으시던 일이 생각난다. 담배와 골프를 비유한다는 것이 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담배에 관련된 어머님의 말씀과 비유를 해 본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수많은 일들, 그 모두를 다 이루어놓고 나서 남아있는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바로 골프냐고 스스로에게 묻는 격이라 할까. 물론 골프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성격상
꼭 필요로 하는 일이나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성격이 아닌 나 자신이기도 하다. 이십 여 년 전에 선물로
받은 골프세트를 지금까지 차고에 처박아 두고 가끔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에게 빌려주는 것으로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와 골프는 인연이 닿지 않는가 보다. 손님들은 이제 그것마저도 빌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가라지 세일(Garage Sale)을 할 때 공짜로 가져가래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술이나 담배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주위로부터 따돌림 비슷한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골프나
고스톱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로 인하여 그런 분들로부터 정면으로 따돌림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뒷전에 물러서 있는 경우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일들을 즐기고 있지
않는다고 해서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거나 상류사회는커녕 밑바닥 인생을 헤매고 있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 본적도
없다. 그러면 나는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남들은 술이나 담배, 골프다 여행이다 도박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인생을 즐기고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남들의 눈에 비치는 나의 이러한 생활이
답답하고 지루하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