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17

싶기도 하다. 그것도 아주 중증의…….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를 일이다.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무선전화기의 송수신기를 어디에 뒀는지 헤매기를 하루에도 수 차례. 손에 들고 있는 메모지를 찾기 위해 한참 동안을 허둥대며 “사람 환장하겠네.”라든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라며 짜증을 부리며 식식거리는 일. 짓는 일. 벗어놓은 안경을 찾아 헤매다가 뒤늦게 머리 위에 걸쳐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야 ‘후유~’ 한숨을 이런 식으로 보내고 있는 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다. 모 유수의 대기업 회장을 지낸 사람은 잠을 잘 때 머리맡에 녹음기를 켜 놓고 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기업인으로서 꿈속에서도 사업에 관련된 꿈을 꾸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경우도 있는데 그는 이것을 녹음해 둔다는 것이다. 때문이라는 것이다. 좋은 발상인 것 같다. 가끔은 잠꼬대를 하는 그 내용이 실제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될 수도 있기 나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무슨 대단한 비지니즈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는 아니었지만 재미가 있을 것도 같았다. 가끔 무슨 ‘시상’같은 것이 떠오를 때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거나 운전을 하다가도 갓길에 차를 세우고 메모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가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놓았다. 그래서 소형의 휴대용 녹음기를 우편주문으로 구입을 해 건전지를 사다 넣고 사용하겠다고 작정하고 어딘가에 잘 갔다 두었다. 그것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물건을 사 놓은 적이 있다는 기억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살다 보면 잊고 싶은 일들도 적지가 않다. 생생하게 살아 있으니 어인 일인가. 그런데 마음속에는 기억을 하고 싶지도 않은 오래 전의 일들이 특이나 누구에게서 조금이나마 섭섭한 일을 당했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었던 경우는 몇 년이 지나도 가슴속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떠나려 하지를 않는다. 기억력이라 하겠다. 그런가 하면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해 둘만한 일들은 쉽게 잊은 채 지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얼마나 간사한가. 안 될 일들도 있다. 그야말로 실속 없는 매사가 자기 본위이고 이기 주위에 의해서가 아닌가 싶다. 필요에 의해 잊어서는 그 필요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이웃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것들을 쉽게 잊고 있다는 것은 자기관리를 하는 일 즉 책임감의 결여에서 올 수도 있다고 본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 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잊어야 할 것은 당장 잊을 수 있고 기억을 해야 할 것은 생명을 다 할 때까지 간직을 할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잊어야 할 좋지 않은 과거의 기억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일 것만 같다. 기억해 둘만한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