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찬이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대량의 다른 낚시용품을
선물로 내 놓은 다음에야 찬이의 세뱃돈을 회수했다.
장비를 마련했으니 이제 낚시를 가야했다. 오늘은 무슨
고기를 낚으러 갈 거냐고 묻는 녀석에게 나는 준비해 놓
은 대답을 꺼냈다.
“아빠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주는 고기가 있다.
노래미 라는….”
원래는 쥐노래미지만 어차피 비슷한 고기이므로 찬이
에게는 ‘노래미’라고 말해 두었다. 그리고는 인터넷에 검
색할 때는 ‘쥐노래미’로 하라 일러두었다.
나는 ‘쥐노래미 아비, 그 60일 간의 사투’라는 다큐멘터
리 동영상을 찾아 찬이의 시청각 자료로 썼다. 다 본 후
아들의 반응은 이랬다.
“이런 고기를 낚아도 돼?”
당연히 된다. 노래미 포획 금지 기간은 1월까지다. 금어
기가 이미 지났다. 지난 2015년 12월호에 ‘도전 바다루어
20어종-노래미 편’ 이론 기사만 쓰고 실전을 쓰지 못했던
것도 바로 금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오늘 낚시는 두 가
지 기사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낚시하기 전에는 갯바위 청소부터
이 맘 때의 갯바위는 겨울 진객 학공치를 낚으려는 꾼
들로 북적거린다. 노래미야 어떤 낚시를 하든 손님고기로
종종 낚이니 굳이 대상어로 정해 놓고 낚을 리는 만무하
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찌낚시의 경우다. 루어낚시로
넘어오면 노래미는 엄연히 하드락 피싱의 대상어다. 입맛
만 따진다면 제대로 즐길 만한 낚시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노래미가 맛이 없는 고기라는 말은 절
대 아니다. 여수에 가면 노래미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노
래미 식당’이 있을 정도이고, 그 맛은 다른 어떤 고급 어
종에도 뒤지지 않는다.
노래미는 수중여가 많은 다소 ‘험한’ 지역에 살고 있다.
포인트 선정 역시 거기에 따른다. 물밑을 다 알지 못한다
면 갯바위 모양으로 물 밑 지형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갯바위 앞바다 밑은 결국 갯바위의 연장선이기 때
문이다.
나는 큰 돌이 바다 속으로 흘러내리는 듯 한 갯바위 지
형을 찾았다. 이기대 산책로에서 빠져나가서 갯바위를 타
고 5분 정도 내려가니 적당한 장소가 눈에 띄었다.
줄곧 밤에만 낚시를 하다 보니 낮 낚시가 낯설다. 주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