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53

빈자리 비워 놓은 그 자리가 이렇게나 넓고 깊을 줄은 몰랐네요 비워진 그 자리를 채우려니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녀오던 것을 잃고 난 다음에야 부족과 필요를 느끼고 난 다음에야 절실해 지는 아쉬움을 알 것 같네요 잃고 나서야 깨우쳐 지는 공허감 메워 낼 방법 찾을 길 없네요 지니고 있을 때의 안이한 방관과 무관심 속에 지내온 날과 날들을 셈하며 돌아보고 있자니 후회와 부끄러움밖에는 남는 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