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44

제 5부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국민대통령 인민배우. 북한에서 영화나 연극, 음악, 무용 등 예술 전반에서 공훈을 세운 예술가들에게 수여하는 명예의 칭호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공무원 직급과 비교하면 차관급에 해당된다고 하니 관민 모두로부터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터인가 ‘국민배우’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무언가 북한의 ‘인민배우’라는 말을 흉내 내고 있는 말처럼 들려 마치 표절을 해온 것 같아 무언가 켕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더니 국민가수에 국민가요, 국민드라마, 국민영화, 국민 여동생 등 사람의 이름이나 어떤 분야의 앞자 리에 ‘국민’이라는 칭호를 남발을 하듯 붙여지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인민배우처럼 고위직 공무원에 해당될 만한 정도의 격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알 바가 없지만 어느 정도의 인기라도 얻게 되면 어렵지 않게 붙 여주는 이름처럼 흔해져 버렸다. 말 한마디, 단어 한마디도 유행이랍시고 한번 나오면 돌고 돌아 빠른 속도로 입에서 입으로 번져나가기도 한다. 선도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언론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겉과 속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북한에서의 인민배우와 우리나라의 국민배우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북 한의 인민배우라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정령으로 제정된 규정에 의하여 수여하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위치의 예술인이라고 볼 때 우리가 알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붙여지고 있는 ‘국민’이라는 이 름과의 차이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을 해본다. 국민배우. 온 국민이 좋아하고 대중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연기자로서 연기력에 모범적인 이미지가 있는 배우들에게 붙여지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이름이 한갓 유행어로서 얼마의 인기가 오르게 되면 어 렵지 않게 붙여지는 이름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르다거나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 다. 문화예술인의 이름 앞에 ‘국민’이라는 말을 붙인다는 것이 다소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것도 현재 의 한국문화 현상의 한 부분인 것 같은 느김이 들어 무언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이름들이 영화배우나 가수들에게 붙여지더니 이제 한두 명의 십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게는 ‘국 민 남동생’, ‘국민여동생’이라는 호칭까지 붙여지기도 한다. 앞으로는 국민이라는 말과 함께 무슨 호칭이 더 생 겨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사람의 이름 앞에 붙여지는 ‘국민’이라는 이름은 유독 연예계나 스포츠 계에 주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 이름 앞에도 이런 찬사가 붙여지고 있지 않는 걸 보면 다른 쪽에는 아직 그럴만한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얼핏 하면 사람들의 이름 앞에 ‘국민’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있는 이때 이제는 다른 각 분야에서도 국민 을 대표할만한 인물들이 나와 줬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대표라고까지야 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로부 터 존경과 사랑, 그리고 신뢰를 받을 만한 사람이어도 좋고 단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국민기업인’, ‘국민정치 인’, ‘국민언론인’ 이라는 호칭의 인물이 나올 법도 하지 않겠는가. 더 크게 욕심을 부린다면 ‘국민지도자’가 나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왕에 표절을 할 바에야 ‘인민의 영도자’에서 본을 딴 ‘국민의 지도자’ 쯤으 로 해둬도 되지 않을까. ‘국민대통령’. 이제라도 이런 이름이 붙여질 만한 지도자 하나쯤은 나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 다. 그러나 아직도 누가 그런 사람이 될는지 에 대한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가 않는다. 시기상조라는 것일까.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고 걱정하며 앞장서서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다는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 그들 중에 국 민 모두로부터 사랑과 존경 그리고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단 한 사람이 라도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는지 모르겠다. 그냥 시간의 흐름에나 맡겨둔 채 놔둬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