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샘터2022 Spring Summer | Page 45

상황 가운데서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침묵하시는 모습 과 오버랩 되었다 . 그래서 예수님의 고난이 더 아프게 와 닿았 던 것 같다 . 가슴이 먹먹했다 . 아니 , ‘ 답답했다 ’ 가 더 근접한 표 현일 것이다 . “ 예수님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 왜 저들에게 그 런 식으로 당하셔야 하죠 ?” 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 , 내 앞에는 한없이 결백하면서도 그 모든 것을 기꺼이 감내하신 예수님이 계셨다 . 가롯 유다가 예수님을 잡으러 무리를 끌고 왔을 때 , 제 자 중 한 명이 화가 나서 대제사장 종의 귀를 쳤는데 예수님은 이것까지도 참으라고 하셨다 .
결국 ,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 그때까지도 나 의 속상함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 그 날 , 혼자 시무룩하게 십자가 사건을 묵상하고 있는데 예수님이 다가와 가만히 안아 주시는 것을 느꼈다 . 심장으로부터 따스한 기운이 번져나가 온몸으로 온기가 맴돌았다 .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 다 . 예수님이 그 일을 당하신 것은 바로 나를 위함이었다는 것 을 알고 있었기에 ... 예수님은 자기 백성을 구원하는 ‘ 사명 ’ 을 이루시려고 그 일을 감당하셨던 것이다 . 친히 희생과 인내를 보여주신 예수님처럼 나는 그 분을 따르며 고난에 동참하기 로 했다 . 주님은 이미 내 마음을 다 알고 계셨고 , 위로해 주셨 고 , 꼬옥 안아 주셨다 . 나의 모든 고뇌와 상황을 아시는 주님으 로 인해 가슴이 벅차올라 감사와 감격의 고백을 올려 드렸다 .
후에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스스로를 더욱 자책하게 되었다 . 그리고 , 이런 연약한 나를 이겨내기 위해 싸워나가는 이 싸움이 마냥 버겁고 , 자신 없고 , 힘에 겨웠다 .
바로 이 시점에서 , 나는 시작 부분에 언급한 < 스물 다섯 , 스물 하나 > 드라마 속 펜싱 국가대표 선발 결승전 장면을 마주하고 있 었다 . 코치이신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 “ 야 , 박사라 , 니 자신을 못 믿겠으면 니를 선택한 내를 믿어라 . 니 안진다 . 내가 승리하도록 도와 줄끼다 . 오케이 ?” 심 .. 쿵 .. 깜박이도 없이 훅 들어온 사랑 고 백을 받은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 그저 드라마 하나를 보는 데도 이것까지 사용해서 나를 일으켜 세우려 하시는 주님의 마음 이 느껴져서 울컥함이 차 올랐다 . ‘ 맞다 . 나는 원래 못미더운 사람 이다 . 그런데 나를 선택하신 분은 완벽하게 신뢰할 만한 분이다 . 그런 분이 나를 알아주셨고 , 내가 아무리 흔들리고 넘어져도 끝 까지 나와 함께 하시고 나를 믿어 주신다 . 그 분은 나의 하나님 , 나는 하나님으로 인해 이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다 .’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 때 ,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 은 주인공 나희도의 기가 막힌 독백이 이어졌다 . ‘ 그래 , 나는 아직 나를 못 믿어 . 그런데 나를 알아봐 준 당신을 믿어 . 그리고 나를 믿어준 당신을 믿어 . 나는 … 당신을 믿고 간다 .’ 그 순간 나도 모 르게 두 손을 맞잡고 주인공과 동시에 마음속으로 외쳤다 . ‘ 나는 당신을 믿고 간다 !’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 나는 온기 가득한 눈물 을 무심히 소매로 스윽 닦아 내렸다 . 그런 다음 , 엷은 미소를 머금 고 다시 한번 나지막이 읊조렸다 . ‘ 그래 , 나는 당신을 믿고 간다 .’
이 글이 여기서 이렇게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 솔직하게 더
드러내야 할 부분이 있다 . 부끄럽게도 나의 그 마음이 오래 지
속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 예수님이 몸소 보여 주신대로 대
의 ( 大意 ) 를 위해 살려고 발버둥 치다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 .
사탄의 카운트 펀치 후에 바로 날아든 어퍼컷에 멘탈이 흔들
리고 나서 , 나는 예수님의 발꿈치도 쫓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 그토록 따뜻하고 섬세하게 다독여 주신 주님
의 깊은 사랑을 경험했고 , 정의를 위해 일부러 불의를 향해 맞
서지 않으신 예수님의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난해한 침묵이 하
나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음에도 , 내 마음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여린 강아지풀 같았다 . 특히 주님
이 나를 안아 주셨던 경험은 매우 짙고 강렬했으며 컸기에 ,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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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리제일한인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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