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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경영원리로 생각해보는 우리집 지출 통제
로고스 3 김상일
우리집 살림에도 경영학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까
경영학은 어떻게 하면 기업이 돈을 잘 벌어 주인인 주주를 부
자로 만들까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세부적으로 재무, 회계, 인
사/조직, 전략 등 기업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실용적 지식이
가득한 곳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주체
는 기업이다. 지금은 잊혀진 휴대폰 강자 노키아는 핀란드 전
체 주가의 70%를 차지했고,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은 한국 전
체 수출의 20%에 달한다. 현대 경영학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
화할 수 있는 너무도 멋진 기법들을 제공해왔다. 놀랍게 혹은
당연하게도 이들 경영기법은 각 가정 경제에 활용하기에도 전
혀 어색하지 않다.
흔히 미국을 대표적인 소비사회라고 한다. 그 이면에는 각 가
정의 수입이나 노후생활의 영위를 무시한 소비의 질주에 대
한 우려의 뉘앙스가 숨어있는 듯하다. 지금 이 물건을 사는 것
이 내 통제력의 범위 이내인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 지출 통제
의 출발이다. 2019년 12월이다. 한 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 우
리 가정의 내년도 예산 통제 틀을 작성해 보는 것은 시기적절
해 보인다. 이를 위해 경영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원리들을
접목해보자.
가계 지출 통제를 위한 몇 가지 경영원리들
우리집 경제분석에 도입할 첫번째 경영원리는 관리 노력의 시
간 효율성이다. 이미 우리는 하루에도 다른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아서, 시간과 노력에서 효율적인 방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매일 영수증을 모으고, 기록하고, 꼼꼼하게 엑셀에 혹은 최신
애플리케이션에 매번 지출항목을 입력하는 일 자체는 너무나
훌륭하지만, 관리노력이 새로운 부담이 된다면 슬픈 일이다.
그래서 20%의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면 전체의 80%를 포괄
한다는 2-8의 법칙을 적용하고, 분석과정에는 한 시간 이하
만 투자하기로 하자. 두 번째로는 자산 (Asset), 부채 (Liabili-
50
순례자의 샘터
ty), 수익 (Revenue) 등은 무시하고, 지출 관리가 가장 중요한
정부, 비영리기관 등 비용 조직 (Cost Center)의 관점을 견지
하려 한다. 가계부, 지출 통제 등은 자연스럽게 경영학의 세부
분야인 회계학 (Accounting)을 떠오르게 한다. 간단히 회계
학을 정의하자면 기업이 한 해 동안 얼마의 돈을 벌었고 (I/S,
Income Statement), 12월 31일 기준으로 얼마의 재산을 가지
고 있는지 (B/S, Balance Sheet)를 주주들에게 정직하게 보고
하는 재무제표 (F/S, Financial Statement)를 작성하는 학문이
다. 다만, 일반적인 급여 생활자 혹은 자영업자 등의 가정 경
제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비용 조직이므로, 기업이 물건을 판
매해서 얻는 매출 등 수익보다는 얼마를 지출하는지에 초점
을 맞추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마지막 경영이론은 관리회계
분야에서 끌어온다. 기업들은 매년 ‘예산수립 (PLAN)-실행
(DO)-모니터링 (SEE)’의 순환 을 이어가면서 자신들의 경영
성과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 가정 경제에도 이러
한 지출 관리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여느 기업 못지 않
은 매번 합리적인 지출의사 결정이 가능하고, 한 달 혹은 일년
이 지난 후에 그간의 지출 내역을 평가할 수 있으며, 더 나은
방향을 개선안을 쉽게 도출할 수 있게 된다.
매주 허용 가능한 지출 여력 (Weekly Expense Slack)
을 머리에 담자
‘여보, 이번에 아이폰 11 신형 모델이 나왔는데 이번 달 생일
선물로 사줄 수 없을까?’ ‘지난 달 개봉한 겨울왕국2가 재미
있다던데, 오랜만에 가족 모두 극장 나들이 가자’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비용 통제의 모습은 이렇듯 끊임없는
소비 욕구에 대한 우리의 반응일 따름이다. 세 가지의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무조건 안 쓴다, 막 쓴다, 써도 되는지 판단하
고 따른다. 정답은 세 번째이어야 한다. 낙관주의 (Optimism),
비관주의 (Pessimism)도 나름 의미가 있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은 현실론자들 (Realism)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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