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손으로 수확한 밀이 아니다. 각종 질병이나 가
어지지 않는 몸이 되었으니 질소비료를 양껏 빨아들
뭄과 높은 기온을 견뎌가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
여 풀의 윗부분이 거대한 비율로 성장할 수 있었다.
록 인간이 변형시킨 상품에 불과하다. 스스로의 의
만삭의 몸으로도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는 밀이 한껏
지로 자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의도한 대로 순종
수고하여 인류의 배고픔을 해결했다손 치자. 문제는
하며 변해온 돌연변이 교잡종 밀이다.
수많은 변형을 거친 이상한 식량이 인간의 몸에 적
가을 들녘의 코스모스 꽃이 한들거릴 수 있는 이유
합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를 우리는 잘 안다. 늘씬한 키 덕분에 가볍게 흔들
거다. 이 부분에서 필자가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게 있
려 넘실댈 수 있다. 밀밭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람에
다. 필자는 잡종 교배 등의 기술로 수천 가지의 밀
우아하게 흔들리는 키 큰 밀밭 풍경이라는 낭만적인
을 개발한 유전학자들이나 또 그것을 생산해낸 많
이미지를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이제 밀밭은 더
은 농부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농업이라는 것이
이상 코스모스처럼 춤을 추거나 누런 파도처럼 물
제한된 토지를 가지고 효율성과 단위 면적당 생산성
결치지 않는다. 소출이 많은 밀을 거두기 위해 기존
을 늘려 사람들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해 냈다면 그
의 유전자를 파괴하여 30~60cm 단신의 왜소종 밀
들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세계의 기아감소라는 칭
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으니 낟알을
송받을 만한 목표를 달성했을 뿐이다.
잔뜩 머리에 이고 있어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넘
문제는 지금도 식탁에 앉아 인위적으로 급조,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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