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맘 미세스 대디 [박영보 수필2집] 미스터 맘 미세스 대디 [박영보 수필2집] | Page 7
아빠의 샌드위치
“아빠, 투나 샌드위치 좀~”
“흠, 제 어미가 집에 있는 날인데도 하필 나에게 시킬게 뭐람.”
투정 같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얏 호~’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집안에서 이런 느
낌이 생기게 된 일이 어디 한두 번 이었을까 마는 이럴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적어도 나의
음식솜씨가 아내보다는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칠순이 돼가는 아비와 삼 십대의 총각 아들과의 대화. 이
런 일이 귀찮아지거나 짜증이 나지도 않는 걸 보면 이런 일 정도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일상화 돼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히려 “오케이.” 하며 선뜻 나서는 마음은 즐겁기까지 하다. 백발의 중늙은
이가 삼 십대 아들을 위한 도시락을 싸고 있는 광경은 제법 봐줄만한 볼거리가 될 것 같지 않겠는가.
이제까지 녀석의 점심을 준비는 하는 일은 아내의 몫이었다. 냉장고를 열면 샌드위치와 뒷마당에서
따온 과일류, 샐러드용 야채를 종류별로 나누어 쌓아둔 지플락 백이 눈에 뜨인다. 아내가 출근을 하며
싸둔 아들의 런치 백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이 집안의 런치 전문 담당자가 바뀌게 되었다.
아내가 늦잠을 자게 된 것이다. 울리는 알람을 꺼놓고 ‘5분만 더~’ 라는 것이 너무 오래까지 잔 것
이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려니 점심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 전에도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면 녀석
이 직접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녀석도 자기 방에서 늦장을 부렸는지 시간이 촉박했었나 보다.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게다. 자연히 이 일은 나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아빠, 앞으로 투나 샌드위치는 아빠가 싸줘.”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었다. 이 말의 의미
를 새겨봐야 할 것 같다. 구태여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 맛이 더 좋았다는 뜻
이 아니겠는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더더구나 아내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는 것 같아 신이 나기도 했
다. 그딴 일로 으쓱거린다거나 아내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다는 생각을 한다면 대한민국 남자의 격을 떨
어트리는 대표주자 꼴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내 앞에서 뻐기고 싶은 생각은 버려지지 않을 것 같다.
“무엇을 넣고 어떻게 만들었기에~” 아내의 질문이었다. “음식은 재료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
성으로, 그리고 손끝에 배인 타고난 감각이 있어야 하느니라.”라는 말에 ‘피익~’ 코웃음을 하며 “그까짓
깨소금 조금 넣어가지고 큰소리는~. 잘 됐네. 앞으로는 자기가 맡아서 하면 되겠네.”라는 말로 아내가
고수해온 자리를 하루아침에 찬탈을 하고 풀 타임 샌드위치 휙서로 격을 상승시키게까지 된 셈이다.
내가 만든 방법은 우선 통조림에서 국물을 빼낸 투나를 포크로 으깨어 놓는다. 통 후추를 갈아 뿌린
후 골고루 섞는다. 볶은 통깨를 엄지와 검지로 으깨서 섞어봤다. 참깨를 미리 갈아놓으면 고소한 맛이
줄어들어 그때그때 사용할 때마다 으깨서 쓴다. 스파이시 머스터드를 넣어 섞는다. 마요네스 한 스푼 정
도를 넣어 다시 섞는다.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함께 섞으면 간단할지는 모르나 양념이 골고루 섞
이지 않을 수도 있어 맛에서 차이가 난다. 똑같은 분량의 똑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방법에 따라 맛이 달
라진다는 것을 터득한 나는 하찮은 이 방법 하나로 아들에게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