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맘 미세스 대디 [박영보 수필2집] 미스터 맘 미세스 대디 [박영보 수필2집] | Page 4
작가의 말
일일 드라마의 순서가 끝나자 슬그머니 일어서는 아내. 오늘 하루를 마감시키고 이제 잠자
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이다. 저녁식사 후 뉴스와 드라마 순서가 끝나고 내일의 날씨
와 일주일간의 일기예보까지 끝나면 그날 하루의 순서가 마감되는 수순이다. 이 사람의 일상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끼어들게 돼버린 나 자신의 일상의 일부가 돼버리기도 했으니 나도 덩달
아 일어서야 할 시간이 된다. 그러나 가는 방향은 각기 다르다. 아내는 침실로, 나는 나만의
공간으로. 아내는 꿈 속으로, 나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나의 구석진 방으로 발길이 옮겨진다.
하루 중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도 복은 복이다.
‘나만의 시간’이라.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하며 보내는 것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될까. 하나도
내세울게 없는 나의 일상이지만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너절한 창고의 구석방
같은 이 공간에 컴퓨터의 스위치가 켜지며 군더더기로 채워지는 페이지가 어지럽혀지기 시작
된다. 말 같지도 않은 넋두리가 이어지다 보면 시간의 흐름 같은 것도 개의치 않는다.
아내는 이런 나를 ‘나이가 들어가니 잠은 오지 않고 할 일이 없어지니 그냥 거르지 않고 되
풀이하는 늙은이의 새로운 습성’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 같지도 않은 글을 쓴답
시고 새벽 두 시도 세 시도 마다하지 않고 앉아 궁상을 떨고 있는 내가 답답하고 한심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게다.
“너는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느냐”는 농담 같기도 하고 진담 같기도 한 친구들의
말들을 되새겨본다. 무기력해 보이는 나의 일상을 꼬집는 말들일 게다. 그런데도 하루 스물 네
시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은 나의 일상이기도 하니 나에게도 무언가 할 일이 있기는
있는가 보다. 이런 게 나의 할 일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라면 나름대로의 재미랄까.
그냥 쓰고 또 쓰다 보면 글의 내용 중에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같거나 비슷한 내용의 이야
기가 다른 제목의 글에서도 다시 다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마치 ‘재탕’이나 ‘재활용’을 하고 있
는 것처럼~. 써가면서도 스스로 느끼고 있으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른 제목에서의
글일지라도 문장의 앞과 뒤 그리고 전체적 흐름에 맞추어 가려다 보면 자칫 글이 다른 방향으
로 흐르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