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릴 수 있는 남자였다. 그러나 진섭은 막무가내였다. 정윤이
이 즐거운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마 이번 여행이 끝나면
유부녀라는 사실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도 아무런 상
중대한 결심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정윤이었다. 다시
관없다는 그.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정윤
제주의 맑은 공기를 몸 안에 가득 담는다. 조금씩 생각이 정리
은 너무나 메말라 있던 나무였고, 진섭은 시퍼렇게 날이 선 도
되고 용기도 생겨난다. 그나저나 이 남자는 아직 자는 걸까?
끼였다. 그 메마른 나무를 찍어 넘기는 데는 열 번의 도끼질이
필요 없었다.
하긴 어젯밤의 격렬한 전투(?)가 힘들었겠지. 그 생각을 하
니 정윤의 얼굴에 홍조가 깃든다. 동시에 스멀스멀 몸이 간지
결국 정윤은 진섭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 후 정윤이 택한
러워진다.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은 걸까? 자신이 이렇게 밝히
것은 이혼이었다. 진섭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함을 덜기 위해서
는 여자란 게 놀랍기도 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이 모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쉽게 이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남편
게 이 남자여서 가능한 일이니까. 깨워볼까? 그럼 그 남자는
에게 프리패스를 주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남편은 생각 외로
어떻게 반응할까. 전에 없던 용기가 샘솟는다. 이렇게 환한데
완강했다. 도대체 이 남자가 왜 이러는 걸까 싶었다. 이혼 과정
가능할까 싶다가도 그와 함께라면 못할 게 없다 싶은 정윤이
은 격렬했다. 혹시 몰라 기록해둔 남편의 바람에 관한 증거를
다. 한껏 엉큼해진 정윤이 서둘러 펜션 안으로 들어간다. 설마
들이밀고서야 그와 헤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비로소 마음의
아침부터 그러려는 걸까? 하긴 아침이면 어떻고 밤이면 또 어
안정을 찾게 된 정윤이었다. 물론 그에는 진섭의 공이 컸다. 5
떤가?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인데.
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안겨준 진섭이었
다. 진섭은 한시라도 결혼을 서두르자고 졸라댔지만 아직 그러
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이 기쁨을 누려보고 싶었으니까.
아침부터 이어진 그들의 사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있는 진섭이 보인다. 간밤
진섭과의 관계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여자를 배
에 잠든 그 자세 그대로다. 당연히 옷이라곤 걸치지 않는 그 남
려하는 그의 자상함은 정윤으로 하여금 사랑받고 있다는 느
자. 더웠는지 이불을 걷어낸 통에 그 남자의 모든 것이 눈에
낌을 안겨주었고, 남편과의 사이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침대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윤의 눈을 사로잡는 건 역시 그
위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전까지 정윤에게 섹스란
남자의 분신이다. 자신을 밤새 괴롭힌 녀석이지만 그래도 전혀
그저 형식적인 애무와 기계적인 삽입 후의 사정 행위만이 존
밉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스럽기만 했다. 슬며시 미소를 짓다
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섭은 달랐다. 처음 그와 사랑을 나
화들짝 놀란다. 남자의 물건을 보고 미소를 지어본 적이 언제
누었을 때, 정윤은 크나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공들인 애
였던가. 정윤에게 남자의 물건은 분란을 일으키는 대상에 불
무가 얼마나 좋은 건지를 깨달을 수 있었고, 자신의 몸속을 드
과했던 것이 사실 아닌가. 그렇지만 진섭의 그것은 달랐다. 그
나드는 남자의 물건이 주는 포만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꼈
것은 즐거움을 안겨 주는 대상이었고, 놓치고 싶지 않는 최고
으니까. 조금씩 정윤의 생각에 균열이 나고 있었다. 두 번 다시
의 보물이었다. 그 보물이 지금 정윤의 눈에 담겨져 있다.
결혼하지 않으리란 생각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정윤이었다.
진섭의 분신은 한껏 달아올랐던 어젯밤보다는 풀이 죽어있
었지만 여전히 늠름했다. 지금은 저래도 조금만 아껴주면 금
이번 여행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여행을 가보
방 커질 것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윤이었다. 그래서
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들 하지 않던가. 진섭은 여전히 좋은
였을까. 정윤에게는 그 물건이 마치 자신의 입술을 기다리고
사람이었다. 그와의 제주도 여행은 매 순간이 즐거움의 연속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전의 정윤이라면 상상하지도 못할 생
이었으니까. 운전을 하면서도 손을 잡아주는 그 덕분에 더없
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미 쾌락에 힘겨워하는 정윤이지만 진섭의 애무는 그칠 줄을 모른다.
이젠 그녀의 꽃잎 주변에 입술을 대고 혀로 그 주위를 핥기까지 하는 진섭. 다행히 지금은 팬티가 막아줘
조금이라도 참을 수 있지만 팬티마저 벗겨지면 그 느낌은 극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진섭이 손을 들어 팬티를 잡는다. 보지 않았어도 안다. 한껏 젖어있을 그곳이 곧 이 남자의 얼굴 앞에 놓일
것이다. 조금 부끄럽다. 그래도 괜찮다. 그가 아니라면 이렇게 젖지도 않았을 일이었으니 .
그라면 정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진섭의 손이 팬티를 내린다.
예상대로 팬티 안쪽은 금방이라도 흐를 듯이 애액으로 가득했다.
SPARK November 2015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