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손님하고는 엄청 진하게 놀더라고. 자네 정도면 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흔히 늦은 밤 술 취한 상태에서
여자도 좋다 그럴 것 같은데. 한번 불러줄까?”
야릇한 조명 아래서 본 여자가 밝은 햇살 아래서 보면 훨씬 못
세상에 별 여자가 다 있네. 도우미가 손님을 고른다고? 노래
방 도우미 중에 가끔 이런 부류가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났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반대였다. 오히려 옅은
화장을 한 지금의 그녀가 더 예뻤던 것.
실제로 그런 사람을 보게 될 줄이야. 왠지 모를 호기심이 동했
스타일도 그랬다. 30대 중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스
다. 무엇보다 나 정도면 그 여자가 튕기지 않을 거란 자신감도
타일리시한 그녀였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가 걱정될
있었고, 맘에 드는 남자랑은 엄청 진하게 논다는 점도 구미가
정도로 하늘하늘한 얇은 블라우스, 걸을 때 종아리가 살짝살
당겼다. 그렇게 그녀를 불렀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외형을
짝 드러나는 긴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자태는 딱 내 타입이었
지닌 여자였다. 얼굴도 그랬고 몸도 그랬다. 당연히 나는 그녀
다. 그러나 가장 좋은 건 역시 그녀가 뿜어내는 묘한 매력이었
의 간택 아닌 간택을 받았고 그날 난 세 시간을 연장해가며 꽤
다. 색기가 흐른달까. 특별히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느낄
나 진하게 놀았다. 섹스도 없었고 아주 진한 스킨십까지는 못
수 있는 그녀만의 아우라 같은 것이 있었다. 제 눈에 안경 같은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꼭 하는 것만이 맛은 아닌 셈. 남자
게 아니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주변 남자들이 한 번씩 곁눈질
도 여자 못지않게 분위기에 취하는 동물이다. 애인 모드처럼
을 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왠지 뿌듯함이
놀았다면 이해가 갈까.
느껴졌다.
다음날 출근 시간에 쫓겨 나와야 했지만 아주 만족스런 밤
“왔어요. 오늘 완전 예쁜 거 알죠?”
이었다. 그건 그녀도 비슷했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 전화번호
“고마워. 자긴 역시 센스쟁이인 거 같아.”
를 주고받았고 이후를 기약했다. 사실 그녀가 전화를 줄 거란
“일단 저녁부터 먹죠. 뭐 좋아해요?”
확신은 없었다. 그때 그녀가 그랬다. 자신은 돈을 벌기 위해 이
“아무 거나 좋아. 가볍게 먹자.”
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그냥 괜찮은 남자와 놀고 싶은 생각이
벌써 골라놓았다. 약속 장소 근처에 맛있는 곱창집이 있음
훨씬 크다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그래서 도우미 주제에 손님
을 파악한 후였으니까. 지난번에 그녀가 곱창을 좋아한다고
을 선택하는 거라고. 그런 말도 했다. 내가 꽤 맘에 든다고. 연
말한 것을 잊지 않았던 까닭이다. 내가 그녀를 곱창집으로 안
락할 테니 다음엔 제대로 놀아보자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내하자 다시금 칭찬을 보낸다.
것도 같다. 그리고 바로 어제 그녀가 연락을 해왔다. 내일 시간
되면 보자는 그녀의 전화. 그리고 덧붙였다. 내일은 정말 제대
“진짜 센스쟁이네. 내가 곱창 좋아한다고 한 거 기억하는 구
나?”
로 놀아보자고. 바로 그 말 때문에 내가 이렇게 두근거리는 심
“예쁜 여자의 말은 죽을 때까지 기억해야죠. 크크크.”
장을 부여잡는 것이다. 과연 오늘은 제대로(?) 놀 수 있을까.
“말만 살아서. 아무튼 기분은 좋다. 오늘은 맘껏 마시고 죽
자.”
뿌리칠 수 없는 그녀의 유혹
결국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건 나였다. 연하남을 만나면
서 이렇게 배짱을 부려도 되나 싶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잠시
“저녁에 일하러 가야하지 않아요?”
“일은 무슨. 지난번에 말한 걸로 아는데. 나 돈 벌려고 거기
나가는 거 아니라고.”
후 그녀가 도착했다. 거의 일주일 만에 본 그녀는 지난번 노래
“하긴. 알았어요. 오늘 맘껏 먹고 제대로 놀아 봐요.”
방에서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나보다 연상이라
“하하, 제대로 논다는 게 뭔지나 알고 그러는 거야?”
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내가 오빠처럼 보이는 건
“아마 제 생각이 누나 생각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걸요.”
그녀가 고른 이 노래방의 조명은 상당히 어두웠고, 문에는 창이 있었지만
문 쪽 벽에 붙은 소파라면 창으로 들여다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이 노래방에 들어온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자 정직하게 몸이 반응해오기 시작했다. 바지 앞섬이 조금씩 융기해온 것.
이렇게 몸을 바짝 붙이고 있는 상태니 선미라고 그걸 모를까. 때마침 위치도 적절하게 맞붙어있었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얼핏 선미의 얼굴에 미소가 스쳐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선미의 그 웃음을 나는 그 때 분명히 보았다.
SPARK October 2015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