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정말 죄송한데요.
저하고 가위
그녀나 적당히 마신 알코올이 우리를 좀 더 대담하게 만든 게
바위보 한번만 해주시면 안 돼요? 게임 중인데 제가 걸려서요.
분명했다. 술을 마시다 보니 그녀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
제가 지면 벌주 받아야 해요.”
나는 게 보였다. 기회다. 나 역시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며 그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맞은편에 모여 앉은 여자 테이
블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자기들끼리 내기를 한 모
를 기다렸다. 잠시 후 볼일을 보고 나오는 그녀에게 애프터를
시도했음은 물론이다. 결과는 어땠냐고? 당연히 오케이였다.
양이다. 지금 이 여자는 보나마나 게임에서 진 벌칙으로 온 거
누가 봐도 알았을 상황이었지만 그녀들도 우리 일행들도 우
같고. 가끔 하는 내기인 듯 말과 다르게 크게 당황한 기색은
리의 퇴장을 흔쾌히 모르는 척 해주었다. 먼저 술집을 나온 그
아니다. 어차피 술자리에서 하는 거니 재미로 넘길 일이다. 무
녀가 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함께 2차 격전지를 향해 동행했
엇보다 그녀가 상당히 예쁜 처자라는 것이 흔쾌히 이 유희에
다. 소주보다는 그냥 가볍게 맥주가 낫겠다는 그녀의 말에 바
참가할 명분을 제공해준다. 두 번의 가위바위보 끝에 결국 그
로 옆 호프집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마치 소개팅이라도 하는
녀가 지고 말았다. 밉지 않게 눈을 흘기며 자리로 돌아가는 그
남녀처럼 가벼운 호구조사를 실시했다. 그녀는 이 근처 은행에
녀. 처음부터 그러기로 한 듯 벌주를 마시더니 나를 향해 고개
서 일하는 은행원이라고 했다. 나이는 나보다 세살 어린 26,
를 숙여온다.
이름은 전수민. 이 정도가 내가 알아낸 그녀의 정보였다. 참,
그 덕에 일행들이 야유 아닌 야유를 퍼부었지만 한 순간의
이벤트는 술자리를 더욱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뒤로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산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정보였다.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건지도 몰랐다, 흐흐흐.
그녀와 나는 몇 번의 아이컨택을 하며 술을 마셨다. 그때마다
그녀는 꽤나 명랑하고 솔직한 여자였다. 비슷한 나이라 그런
내 눈길을 피하지 않는 그녀. 이 정도면 오늘밤 뭔가를 기대해
지 공유하는 부분도 많았고 술 역시 잘 마셨기에 우리는 위험
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이게 커피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술기운이 올라
그렇게 흘러갔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는 술집이고 나나
오자 함께 오르는 욕구. 남자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 살다보니
52 September 2015 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