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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랴. 먹고 살려면 짜증나도 참아야 할 테니. 그렇게 한바탕 할 것도 없었다. 그녀도 나도 외롭긴 매한가지였으니까. 파란이 일었던 마트는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쏟아지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를 마치고 비로소 문을 닫고 퇴근하려는 1년 반 만에 남자를 안다 데 앞쪽에 오전에 곤욕을 치렀던 그녀가 보인다. 축 늘어진 어 따지고 보면 처음 만난 여자를 우리 집으로 이끈 셈이 되었 깨가 그녀의 고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적잖이 짠해진다. 뭔가 지만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세 시간 동안 술을 마시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이런 것도 참을 줄 알아야 함 며 느낀 건 서로의 외로움이었으니까. 다 큰 남녀가 서로의 외 을 알기에 모른 척 외면한다. 근데 가는 방향이 같은가. 본의 로움을 달래준다는 게 잘못은 아니잖은가. 게다가 각자 혼자 아니게 계속 그녀 뒤를 쫓아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워낙 느린 였으니 더더욱 그랬다. 우리 집으로 들어온 그녀와 나는 누가 걸음이라 곧 내가 따라잡게 된 것은 물론이고. 이젠 더 이상 먼저랄 것도 없이 진하게 키스를 했다. 간만에 맛보는 달콤함 모른 척 하기도 그렇다. 이었다. 혀끝에서 소주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왔지만 개의치 “집으로 가는 길인가 봐요?”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키스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질 수 “아, 네. 김과장님도 이쪽이신가요?” 있었다. “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내일 뵐게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앞서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 워 보였다. 그냥 모른 척 할까 싶었지만 왠지 모를 오지랖이 발 동했다. “저기요 순정씨. 괜찮으면 가볍게 저녁 하실래요?” “아, 네. 괜찮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김과장님 번거롭게 해 드릴 순 없잖아요.” “어차피 저 혼자 살아서 밖에서 먹어야 하는데요. 혼자 먹기 가 그래서.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렸나요?” “아, 아뇨. 몰랐어요. 결혼하신 줄 알고.” “광우씨, 내가 너무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어느새 그녀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 김과장님에서 광우씨로 바뀌어져 있었다. 아까 술을 먹으며 말을 놓자고 했을 때 그녀 가 그것만은 이르다며 대신 호칭만 바꾸기로 한 결과였다.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오히려 순정씨가 나를 이상한 남자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는 걸요.” “당연히 안 그래요. 그리고 고마워요. 편견 없이 나를 대해 줘서.” “고마운 건 나예요. 그나저나 우리 좀 씻어야 하지 않을까 요?” 내 말에 그녀가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흠, 제가 노총각이라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왠지 망설이고 있는 그녀. 뭔가 잘못된 결국 우리는 함께 밥을 먹기로 하고 단골로 가던 감자탕집으 것일까. 이럴 때 뭘 챙겨줘야 하는 것일까. 그녀가 무언가를 말 로 발길을 돌렸다. 밥만 먹는 건 예의가 아니니 술을 곁들인 건 물론이다. 처음엔 얌전히 밥만 먹던 그녀는 조금씩 술이 들어 하려다 침을 삼키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뭔가 있나보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요. 여자가 우리 집에 처음 온 가자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 병이 두 병 되고 두병이 네 병까지 거라 제가 좀 서툴러요.” 늘어날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 우리는 동갑이라는 이유 하 “그런 게 아니라…….” 나로 빠르게 마음을 열어갔다. 불행했던 결혼 생활부터 시작해 “뭐든지 말해요.” 은밀한 서로의 속사정까지 털어놓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약속해요, 그러겠다고.” 찌 보면 이해가지 않을 정도로 빠른 교감이 시작되었다. 그 교 “그래요. 약속해요.” 감이 섹스로 이어지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상 “예전부터 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좀 이상하긴 한데, 정말 순정의 체모가 내 치골과 마찰을 일으키며 내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리는 듯 했다. 그 덕에 내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쏟아져 나왔고 순정 역시 작은 신음을 흘려보내왔다. 조그만 불꽃이 커져감을 알리는 신호였다. 좀 더 크게 만들어야지 싶었다. 조금 더 과감하게 허리와 엉덩이를 꿈틀거리며 본격적으로 순정의 아래를 자극해갔다. 그 몸짓이 순정을 들끓게 하고 있었다. 순정은 눈을 꼭 감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조금씩 호흡이 거칠어지며 내 등을 휘감고 있는 팔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이 그녀의 흥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간만에 맛보는 이 흥분이 그녀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SPARK August 2015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