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가? 그것도 아니면 몸
얘가 불쑥 그러더라고. 자기 친구 하나가 미국에서 왔는데 같
이 피곤해서일까? 보통 때라면 민규의 전화에 그렇게 시큰둥
이 저녁이나 먹자고. 희영이, 아 지금 만나는 얘 이름이야. 희
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우리
영이 말로는 예쁘데. 게다가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마인드도
팀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 마감이 코앞에 닥친 탓에 야근은 기
오픈된 스타일이라 그러더라고. 그래서 오늘 분위기 조성만 잘
본, 철야는 필수로 거치다 보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러고
되면 희영이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싶더라고. 그러려면 데리
보니 섹스를 해본 지도 어언 한 달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
고 나오는 친구를 업 시켜야 하는데. 내 주변에 그럴 만한 놈
위를 한 것도 언젠지 모를 정도로 일에 치어 살아오지 않았던
이 너 말고 또 누가 있냐? 제발 이 형 살린다 치고 한번만 도와
가.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섹스를 한다는 말은 말짱
줘라.”
거짓말인 모양이다. 너무 피곤하니 여자 생각도 안 나는 게 지
민규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
금의 나다. 그래서 민규의 전화에 그렇게 시큰둥했던 것. 내일
작했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준선수급에 속한다
도 아침부터 이어지는 회의가 기다리고 있으니 밤늦게까지 술
는 민규가 두 달을 만나고도 자빠뜨리지 못한 여자가 누군지
먹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규의 거듭되는
궁금했다. 또한 그녀의 친구라는 여자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
요청. 빤히 내 사정을 아는 놈이 저렇게까지 나온다는 건 뭔가
이란 게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미국 애
있다는 뜻인데.
들은 약간의 호감만으로도 섹스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뭔데, 자세하게 말해봐.”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다. 실제로 2년 동안의 어학연수 기간
“사실은…….”
중 그런 식의 섹스를 적잖이 경험해본 나 아닌가. 그럼에도 불
“아씨 답답하다. 까놓고 읊어봐.”
구하고 망설여지는 건 그만큼 피곤하다는 의미였다. 몸은 둘
“요즘 내가 만나는 여자가 있는데, 얘가 쉽게 안 넘어오네.
째 치고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여느 때라면
워낙 경계심이 심한 아이라서 두 달째 허탕 중이다. 근데 오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OK 사인을 냈을 내가 머뭇거리자 오히
52 February 2016 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