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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엑스터시를 참을 수 없는 민아가 입술을 깨물며 진절머리를 친다. 그리고 호성의 머리를 위로 끌어 올리며 열기에 젖은 촉촉한 목소리를 흘린다. 10년 전 그때도 이랬던가. 새삼 호성과 민아는 예전의 그 밤들을 떠올린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두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면 더 격렬하긴 했지만 지금보다 감미롭지는 않았음이 분명했다. 따로이 보내며 흘려보낸 세월만큼 더 농익은 여체와 그 세월만큼 훨씬 더 노련해진 남자의 손길은 두 사람을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간간히 흐르는 신음소리, 그리고 그 신음에 따라 움직이는 몸짓은 이 밤을 더욱 황홀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게 반응하자는 것이었다. “민아구나, 반갑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건넨 말은 그게 다였다. 그 말을 끝으로 둘은 다시 입을 닫았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마치 어제 만나고 오늘 다시 만 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왠지 넌 잘 지내지 못했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돈 많은 치 과 의사랑 결혼했으니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말 속에 뼈가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민아의 눈에 슬픔이 언뜻 묻어난다. 난 것 같은 느낌에 휩싸인 둘이었다. 잠시 그렇게 바라보던 사 “잘 먹고는 살아. 그게 잘 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일어난 정적은 그녀에 의해 깨졌다. “그게 잘 사는 거지. 얼굴 보니 누가 봐도 잘 살아온 티가 나 “그랬구나. 잘 지냈구나.” 마치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는 말투처럼 들렸다. 그게 반가 는데 뭐.” “그런가보다.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웠다고 말하면 나쁜 놈이 되는 걸까. 그러나 그렇게라도 위안 “발령 받았어. 그때처럼.” 받아야 했다. 호성 자신은 그 이별 이후 몇 년을 시달려야 했 “그렇구나. 참 결혼은?” 던 걸 떠올리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받은 상처 “운 좋게 했어.” “그렇구나.” 그녀의 말에서 느껴지는 서운함이 왠지 괘씸하다. 자기는 결혼을 했으면서 정작 난 결혼을 못하기를 바란 것처럼 들렸던 까닭이다. 만약 그녀가 웃으면서 그 말을 했다면 정말로 괘씸 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인사만 하고 떠났을 텐데, 그게 아니었 단 사실이 호성의 발걸음을 묶어두었다. 이젠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아직도 여기 사나 보네. 시간이 늦었는데 집에 안 가? 남편 이 기다릴 텐데.” “남편? 헤어졌어.” 그 말이 왠지 반가웠다. 그러나 한편으론 짠하기도 했다. 그 렇게 된 거였나. 하긴 애정 없는 결혼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때 의 그녀와 호성은 뜨겁게 사랑했으니까. 그 사랑을 걷어차 버 리고 떠난 건 그녀였지만 그게 그녀의 뜻이 아니었음을 누구보 다도 잘 아는 호성 아닌가. “어쩌다?” “그렇게 됐어. 호성씨는 잘 살아? 당연히 그렇겠지. 원래 자 상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냥 남들처럼 살아. 가끔씩 싸우고 가끔씩 사이좋게.” “그래. 그럴 거야. 내가 아는 호성씨라면.” 다시 말이 끊어진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56 January 2016 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