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만 하고
오늘 일은 종료하겠습니
다.”
호성의 말이 이어지자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의 얼굴에 웃
음이 감돈다. 공사를 이어가기엔 너무 열악한 날씨였다. 자칫
야 하나? 막상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 크게 할 일도 없는 상황
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호성에게 누가 말을 건넨다.
“김 과장님, 저희랑 술이나 한잔 하시죠? 이렇게 비 오는 날
엔 막걸리에 파전 아닙니까?”
일을 더 이어가다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전기 공사를 맡고 있던 하청업체 정부장이다. 호성보다 10
빠른 시간에 공사를 마무리하라는 본사의 강력한 지시가 있
년 남짓 연상의 그는 이런 식으로 호성을 챙겨주던 사람이다.
긴 했지만 그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 괜히 인사 사고라도 났
하긴 그 말이 맞다. 어차피 단신으로 부임한 곳이다 보니 특별
다간 뒷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판단한 호성이 어려운 결
히 아는 사람도 없고 집에 가봐야 냉기만 흐를 테니까. 결국
정을 내렸다. 대목인 김목수가 지나가던 호성의 등을 토닥여
못 이기는 척 정부장 일행을 따라 나선 호성이다. 현장 근처의
준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함바집이겠거니 생각하고 따라나선 그 길은 시내의 중심가로
“잘 했어, 김 과장. 이런 날 일하다간 누구라도 다칠 수 있
어. 모자란 일은 내일부터 더 부지런히 하라고 그러지 뭐.”
한옥으로만 이루어진 타운 하우스 현장은 익숙하지 않은
공정 탓에 일정이 예상보다 훨씬 늘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본
향하고 있었다.
“그냥 함바집 가서 드시지.”
“파전 잘 하는 집이 있답니다. 이왕 먹는 거 맛있는 걸로 먹
어야죠.”
사의 채근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게 사실이었다. 현장의 실무
시내라고 해봐야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긴 해도 번거롭게 느
책임을 맡고 있던 호성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래도 이런 날
껴진 호성이 말을 열었지만 이미 차는 떠난 뒤였다. 결국 그들
엔 일의 효율이 뚝 떨어지는 탓에 억지로 한다고 될 리 없다는
의 손에 이끌려 찾은 시내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한 파전집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지 않던가. 결국 공사는 중단되고 남은 인
을 찾아들었다. 정부장 말처럼 꽤나 유명한 집인 모양이다. 사
부들은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고 업무를 종료한다. 이제 뭘 해
람들이 가득 차있는 걸 보니. 자리를 잡고 술과 안주를 주문한
52 January 2016 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