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살자는 것이었다. 그 전화를 받은 유정은 너무도 기뻤
“미안 버스가 빨리 안 와서.”
다. 그렇게 시작된 희수와의 동거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
“오늘만 용서해준다. 빨리 와. 와인 한 잔 하자.”
다. 천성적으로 유쾌하고 밝은 희수는 유정에게 많은 기쁨을
“기다려. 숨 좀 돌리자. 나 샤워부터 할게. 땀 흘렸더니 몸이
주었다. 때론 위로하기도 하고 때론 함께 놀기도 하던 그 생활
은 반년이란 시간 동안 무리 없이 이어졌고 이젠 둘은 그 누구
찝찝해.”
“알았어. 후딱 하고 나와. 언니 숨 넘어간다.”
보다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함께 목욕을 할 정도면 그들의 사
그녀의 귀여운 앙탈을 뒤로 하고 욕실로 들어서는 유정. 그
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미루어 짐작할 터였다. 이제 그들은 서
녀는 느긋하게 샤워를 마치고 간단한 속옷 차림으로 밖으로
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나선다. 여자들끼리만 살다보니 집에서는 아무렇게나 입고 다
전까지는.
녀도 이상하지가 않았던 까닭이다. 그리고 희수랑은 이미 볼
것 다 본 사이였으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같이 한 목욕이 몇
여자를 좋아하는 그녀의 성향
번인데. 예전의 유정이라면 그조차도 꺼렸겠지만 이상하게 희
함께 살면서 느낀 희수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아이였
수랑은 그게 가능했다. 서로 가슴을 만지며 놀기까지 할 정도
다. 유복한 집에서 자라서인지 남을 배려하는 것도 뛰어났고,
였다. 아무리 여자끼리라지만 이상할 법도 한데 희수와는 괜
많은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만큼 외모도 훌륭한 아이였다.
찮았다. 그만큼 좋은 친구란 의미였을까. 욕실 문을 나서자 희
성격도 좋고 외모도 좋은 그녀였음에도 남자 친구가 없다는
수가 유정을 부른다.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한번은 그녀의 남자
친구에 대해 물어본 적도 있다. 그때 희수는 어쩌다 보니 그렇
“오늘은 영화나 보면서 먹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는데 오
늘 찾았어. 그래서 너랑 같이 보려고.”
게 되었단 식으로 넘어갔다. 하긴, 너무 예쁘면 오히려 남자들
“뭔데?”
이 지레 주눅 들고 오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그렇게 이해했다.
“‘파랑은 가장 따뜻한 색’이란 영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
아무튼 유정의 입장에선 불만 따윈 없을 상황이었다. 집주
려상 받은 영화야. 레즈비언을 다룬 영환데 굉장히 볼만하대.”
인이라고 티를 내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배려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