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1523_월간 낚시21 년 월호_new 00 2015 | Seite 193

다음 날, 식어버린 도미밥으로 볶음밥을 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싱싱하지 않은 생선을 먹은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요점은 활어만이 싱싱하다고 굳게 믿 어온 우리 국민의 신의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 도미 솥밥은 48시간 숙성한 도미로 요리한 것이다. 그래도 이 음식에서는 약간의 비린내 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활도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좀 전에는 숙성했다면서 활도미를 사용했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거 다. 바로 여기에 ‘싱싱함의 기준’에 대한 해답이 있다. 활어회든 숙성회든 싱싱함의 기준은 ‘죽은 지 몇 시간이 지났느냐’가 아 니라 ‘살아있을 때 피를 뺐느냐’이다. 다시 말해서, 그 생선의 활력이 가장 좋을 때 숨통을 끊고 손질했느냐가 곧 ‘싱싱함의 기 준’이 된다. 이 기준을 정확히 지켰다면, 이후로는 바로 썰어 먹든, 몇 시간을 숙성해서 썰어 먹든 취향의 차이일 뿐이다. ‘숙성’의 맛은 ‘감칠맛’의 극대화다. 매운탕이나 구이도 갓 잡은 것으로 요리한 것보다 일정 시간 숙성한 것으로 요리했을 때 더 맛있다. 물론, 숙성도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된다. 온도와 시간, 환경 등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한다. 48시간 숙성 도미로 만든 도미 솥 밥은 처음 시도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흡족한 맛을 주었다. 이후 나는 자연산 감성돔으로 도미 솥밥을 만들어보면서 오늘 소개한 레시피가 완성되었다. 싱싱한 도미가 있다면 독자 여러분도 꼭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