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른 아가씨들은 출근하려는 준비
에 달하는 치료비가 고스란히 은경의 몫으로 돌아왔다는 게
도 안 할 시점에 은경은 자신이 일하는 룸살롱에 들어선다. 가
은경이 이 일을 하게 된 계기였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은경은
게 오픈 준비를 위해 일찌감치 출근해있던 막내 웨이터가 아
누구 못지않게 아름다운 여자였다는 사실. 그래서 이 일을 하
는 체를 한다.
며 선금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걸론 부족했다. 그래서 찾
“누나 왜 이리 빨리 왔어요. 일 시작하려면 아직 네댓 시간
은 더 있어야 하는데.”
게 된 것이 바로 저 남자였다.
솔직히 무서웠다. 술집에서 받은 돈이야 일하면서 갚아나가
“그게…….”
면 된다지만 저 남자의 돈은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이자를 내
말을 하려는데 누군가가 들어온다. 사채업자 민기다. 나에
는 것도 버거웠다. 엄마의 병원비가 워낙 많이 드는 까닭에 이
게 돈을 빌려준 바로 그 남자.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해줘서 고
자는 고사하고 원금을 갚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은경은
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 바닥에 악명이 자자한 남자이기도
그에게 부탁을 했다. 사정이 이래서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최
하다. 본질적으론 돈 없는 아가씨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마치
대한 빨리 갚기는 하겠지만 이자를 내는 것은 어려울 지도 모
흡혈귀처럼 돈을 뜯어내는 남자다. 그를 보자 막내 웨이터도
른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대신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
눈치를 챘는지 입을 닫는다. 그리곤 한 마디 한다.
든 하겠노라고.
“누나 빨리 저 자식 돈부터 갚아. 안 그러면 험한 꼴 볼 거
야. 알았지?”
은경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이 말이 어떤 뜻인지를. 아마
그는 몸을 요구할 것이다. 돈 없는 예쁜 여자가 해줄 수 있는
꽤나 걱정이 되는지 그의 얼굴에 근심이 아로새겨진다. 왠
일이 그것 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그 외
지 고마웠다. 그래도 그의 돈을 안 쓸 수는 없었다. 은경에게
엔 방법이 없었다. 지금 그가 이곳에 온 이유도 아마 그것일 거
는 돈 들어갈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
라고 생각하는 은경. 정말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할 수밖에 없
다 엄마의 치료비를 충당하는 것이 최대 난제였다. 자궁암으
는 게 지금 그녀의 처지였다. 은경의 생각을 알아차린 걸까?
로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으
그의 입가에 떠오른 사악한 미소가 마치 악마의 그것처럼 느
리라 다짐했으니까. 남들 다 있다는 암보험도 없어 수천만 원
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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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2. 오후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