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간격은 2분 내지 3분인 지하철이 벌써 10분이 넘도록 안 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는데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전전 역에서 인사 사고가 일어나서 현장 정리 관계로 열차
가 지연된답니다. 바쁜 사람은 나가서 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걸 보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듯도 합니다. 인사 사고라, 또 삶에 지친 누군가가 달리는 지하철에 뛰어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죽었겠지요. 괜히 슬퍼집니다. 슬픈 건 슬픈 거고 집에는 가야 할 텐데... 이렇게 하염없
이 기다려도 되는 건지.... 벌써 30분 째입니다.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다린 게
아깝긴 하지만, 괜히 찜찜합니다. 누군가가 부딪혀 죽었을 지도 모르는 지하철을 탄다는 게 말
입니다. 바깥으로나왔습니다. 아직도비는내리고있습니다.
버스를타기위해정류장으로갔습니다. 나처럼지하철을기다리다지쳐서버스를타러나온
사람들로 인해 정류소는 초만원입니다. 이쯤 되면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버스 타는 거 장난 아
닐 듯싶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버스를 탄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이럴 때 형편만 좋았
어도 택시 타는 건데... 백수 주제에 택시가 가당키나 합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기다리고기다리던버스가들어옵니다. 사람들이마치올림픽육상선수처럼달려갑니
다. 그 사람들 중에 저도 끼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입니다. 그거 안 타면 죽는 것도 아
닌데, 왜들이러는지...
하긴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버스 못 타면 죽는 사람처럼 행동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결
국 탔습니다. 역시 젊다는 게 좋죠. 이 많은 사람을 헤치고 탔으니 말입니다. 근데 이 좁은 버스
안에왜이리사람이많은지... 발놓을공간도잘없습니다. 발놓을공간도없으니몸은또어떻
겠습니까? 앞 사람과 옆 사람, 뒷사람과 딱 달라붙어 스타일이고 뭐가 없게 되는 거죠. 더욱 곤
란한건그사람중에여자, 그것도예쁜여자가포함될때입니다. 젊고예쁜여자와몸을비비게
되는상황은정말겪어보지않으면모릅니다. 좋지않냐구요? 물론좋죠. 그렇지만그러다가내
몸에 변화라도 오는 날이면 졸지에 치한 되는 거 시간문제거든요. 괜히 경찰서 갈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이게웬일이랍니까?
제 앞쪽에 그러니까 제 물건과 금방이라도 맞닿을 듯한 토실토실한 엉덩이의 주인공이 바로
여자입니다. 머 앞 모습은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엉덩이의 감촉이라든지, 옷 입은 품새라든지,
혹은 제 코끝을 간질이는 근사한 냄새로 봐서는 꽤나 근사한 여자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살짝웨이브를준머리와, 커리어우먼처럼스트레이트가들어간짙은곤색에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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