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냐그표정? 내가남자친구가있었다는게그리놀랄일이니?”
“윽... 그런 건 아니지만 쫌 뜻밖이라 그래. 하긴 너... 귀엽고 이쁘긴 하지.”
“귀엽
고 이쁘다고?”순간 그녀의 큰 눈에 반짝 빛이 머무는 듯 했다. 그러더니 맥주 캔을
다시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살짝 시선을 밑으로 내리고 말을 이었다.“아무튼 그간 티
격태격했었는데 오늘 완전히 끝나버렸어. 왠지 서울이 더 있기 싫어지더라.”
“흐음.
그랬구나.”
“근데...”갑자기 작아진 목소리로 한참을 뜸들이며 있던 그녀가 자그맣
게천천히말했다.“그렇게되니까네가너무보고싶었다”헉오늘은놀랄일이연달
아 계속 되고 있었다.“왜 네가 그렇게 보고 싶었는지 몰라. 그래서 내려오자마자 너
한테온거야.”그녀의말에난뭐라고대꾸할지를몰라엉망이되어버린머릿속에서
낱말 찾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나 너 좋아하
나봐. 너나어떻게생각하니?”
친구였던여자와의첫키스
술이 들어가서일까? 왠지 대담해진 듯한 그녀에게 난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기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복서처럼 허둥거리며 패닉 속에 빠져버렸다. 더듬거
리면서 얘기했다.“수진이 너야... 예쁘고 활달하지.”
“바보야. 그런 거 말고 나에 대
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날 어떻게 생각하니?”난 숨을 크게 한번 쉬고 더듬거리며
얘기했다.
“너, 너.... 좋아하긴 해. 나한테 너무 과분한 좋은 친구고...”왠지 그녀의 눈 속에
씁쓸한기운이스쳐지나가는듯했다. 순간그녀가나에게가까이다가왔다.
“영우야. 키스해줄래?”놀랄새도없이그녀의입술이부딪쳐왔다. 처음느끼는그
녀의입술, 처음느끼는여자의입술... 맥주의기운이남아서일까? 촉촉하고보드라
운 입술의 촉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감미로왔다. 내 것인지 그녀의 것인지 알 수 없
는 가슴의 고동소리가 쿵쿵 들려왔다. 그녀의 머리칼이 내 얼굴로 흘러내렸다. 그녀
의머리칼에서는근사한향기가은은하게풍겨왔다.
이런 게 여자의 향기인가? 그녀의 향기와 따사로운 체온 그리고 가슴에서 들려오
는 조그만 숨소리가 나의 몸과 마음을 서서히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아래쪽의 내
친구에서 연인으로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