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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이었나?
내 안에 숨겨진 관음증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힘들다고 투정하
던 아내가 동료 학원 강사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게 되었다며 희희낙락하던 게. 상대
는 같이 일하는 여자 강사라고 했다. 잘 됐다 싶어 축하의 말까지 건넸었다. 그런데
그게 거짓말일 줄이야. 그를 알게 된 건 우연히 아내를 거리에서 목격하게 되었기 때
문이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피곤한 몸을 버스에 싣고 퇴근길에 올랐었다. 집 근처에 다
와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버스가 꼼짝도 않고 있었지만 출퇴근길에는 늘 막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차창 밖을 내다보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 옆 차선에서
내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는 SUV 차량 한대를 무심코 바라보던 나는 창문을 통해
아내를 발견하게 되었다. 선팅이 되어있긴 했지만 조수석에 앉아있던 아내를 분명히
식별할 수 있었다. 십년을 넘게 보아온 여자를 모를 리 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운전
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여자가 아닌 남자가 아닌가. 아내가 거짓말을 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운전자는 분명히 남자였다.
‘왜 그랬을까? 카풀 한다는 사람이 남자였어도 상관은 없었을 텐데……. 혹시 내가
신경 쓰는 게 싫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건가? 그래, 그럴 거야. 설마 저 여자가 바람
을 피우기야 하겠어.’
생각은 그렇게 했어도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직접 보게 되니 은근히 부
아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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