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집으로 가는 길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다. 아무래도 누가 잃어버린 모양이다. 순간 나쁜 마음이 들었
하긴 이 시간이면 다들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니 조용한 다. 요즘 이런 최신폰을 팔면 이삼십만 원은 너끈히 받을 수 있
게 정상이겠지. 남들은 다 잘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는 내 팔 다는 생각이 든 것. 일단 집으로 들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자가 새삼 서글프다. 게다가 오늘은 불금 아닌가. 친구들이 놀 냥 놓아둘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간 다른 사람이 주워갈 것
자며 걸어온 전화를 뿌리친 게 몇 통인지 모른다. 그래도 어쩔 이 뻔하니 일단은 들고 가야겠다 마음먹은 것이다. 아무도 없
수 없지. 먹고 살려면 남들 놀 때도 일을 해야 하는 세상이니 는 텅 빈 집. 집이라기보다는 조그만 공간에 가까운 곳이다.
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을까. 지방에서 올라와 취직한 남자가 이 정도 집이라도 구할 수 있
솔직히 오늘 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게 된 건 다 망할 놈
었던 건 온전히 부모님 덕이다. 감사합니다.
의 과장 놈이 자기 일을 나한테 미루는 통에 울며 겨자 먹기 온몸이 파김치다. 제대로 씻지도 않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
식으로 일을 한 거니까. 아마 월요일에 출근하면 그럴 거다. 수 다. 그렇게 잠이 들었고 다음날 12시가 다 되어서야 비로소 눈
고했다고. 그게 다다. 이제껏 이렇게 당해온 게 한 두 번이 아 을 뜰 수 있었다. 그마저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
니니까. 마음 같아선 당장 그 인간 면상에 사표를 내던지고 싶 았을 지도.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 하나 끓여먹을 심산으로
지만 그러고 나면?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세상이 있다 보니 문득 어젯밤에 주운 핸드폰이 떠올랐다. 역시나 전
다. 다른 직장을 찾기 전까진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한다. 생 원은 꺼져있었다. 충전기에 연결하고 서둘러 라면 하나를 먹고
각나는 온갖 욕들을 과장에게 퍼부으며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서 전원을 켰다. 바탕화면에 꽤나 괜찮은 여자의 얼굴이 떠
가는 그때였다. 길바닥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핸드폰이다. 올랐다. 아무래도 이 여자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왠
딱 봐도 최신폰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게 된
다.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몰라. 일단 주
워들었다. 근데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지 돌려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흑심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내가 착해서 그런 거다, 흐흐흐.
보통 젊은 여자들은 핸드폰에 잠금 장치를 거니 못 열어볼
SPARK October 2016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