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MAXIM_2017_05_new | Page 117

친척 집에서 사는 데 반해 , 신랑이 신부 또는 신부의 모계 친척 집으로 가서 사는 경우는 전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 또 아이를 아버지 혈통으로 보는 경우가 어머니 혈통으로 보는 경우보다 다섯 배 더 많았다 . 부계성을 따르는 것이 모계성을 따르는 것보다 다섯 배나 더 흔하다는 뜻이다 .
다른 예를 보자 . 인도 남단의 케랄라 지역은 비가 많이 오고 건기가 짧아 북부 지방과 다르게 밀을 재배하지 않고 작은 논에서 쌀을 주로 재배한다 . 농사에 이용하는 동물도 보통 소가 아닌 물소이며 , 쟁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진흙을 섞고 짓이기기만 하면 된다 . 이런 동물을 농사에 이용하는 데는 여자나 어린아이로도 충분하다 . 쌀 논농사와 남녀 지위 사이의 상관관계는 케랄라 남부 및 동부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광대하게 적용된다 . 스리랑카 , 동남아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의 농업 국가는 모두 젖은 쌀 생산에 생계의 기초를 두고 있으며 , 이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여성이 자유와 권력을 크게 누려왔다 .
LAYOUT 임은희
게다가 모계성과 모 가장제는 엄연히 성질이 다르다 . 모계성을 따르는 집단에서 여성의 지위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맞지만 경제 , 사회 ,
종교를 전적으로 지배한 것은 남성이었고 , 남성만이 한꺼번에 다수의 배우자를 거느릴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 모계성을 따르는 집단에서 최고 권력자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닌 어머니의 남자 형제였다 .
남자가 결혼 후 어머니와 같이 살지 않고 외삼촌 , 즉 어머니의 형제 집으로 가서 사는 것을 ‘ 아방클로칼리티 ’ 라 한다 . 이것은 모친의 형제가 일가 집단의 아이들을 통솔하고 재산을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 이 반대 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 그럼에도 인류학자들은 실재 여부와 관계없이 그 반대 유형을 ‘ 아미탈로칼리티 ’ 라고 이름 붙였다 . 부계 사회에서 결혼한 남자가 아내를 따라 아내의 고모 집으로 가서 사는 것이다 . 혈통은 남자 쪽을 따르지만 일가친척 집단의 아이나 재산을 다스리는 것은 아버지의 누이임을 의미한다 . 아무튼 더 복잡한 이야기는 됐고 , 나중에 내가 더 유명해지면 출간될 책을 사서 보도록 하자 .
육식이 성 차별의 원인이다 ?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일부 여성주의자는 , 어떤 사회 조직이 고기 분배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 않을수록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 농작물 경작에 토대를 둔 경제에서는 여성이 과일이나 그 밖의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채집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과연 남녀의 지위를 결정하는 원인이 주된 먹거리가 고기냐 , 채소냐에 달려 있을까 ? 서아프리카와 인도 북부 지역을 비교해보면 고기 분배가 아니라 주된 먹거리의 생산 기여도가 남녀의 지위를 결정하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 서아프리카에서 주로 쓰는 농사 도구는 소가 끄는 쟁기가 아닌 손잡이가 짧은 곡괭이로 , 인도 북부에서 쓰는 것과 같다 . 서아프리카에서 쟁기를 사용하지 않은 건 습기가 많고 그늘진 지역에서 창궐하는 체체 ( tsetse ) 파리 때문이었다 . ‘ 체체 ’ 는 보츠나와 원주민의 언어에서 유래한 말로 , 체체파리는 ‘ 소를 죽이는 파리 ’ 라는 뜻이다 . 소가 끄는 쟁기는 쓰지 못하지만 다행히 서아프리카의 흙은 인도 북부의 것처럼 딱딱하지 않아 여성이 곡괭이만 가지고도 충분히 밭을 갈 수 있었고 , 그 때문에 남자 없이도 농사를 짓고 수확물을 들고 나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었다 . 반면 인도 북부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농사 기여도가 많이 떨어졌다 . 이곳의 땅은 딱딱하게 굳어서 땅을 쟁기로 갈기 위해서는 남성의 힘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 즉 남자들이 쟁기를 독점한 것은 수렵 집단에서 남자들이 사냥 도구와 전쟁 무기를 독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남자들은 여자보다 약 15 ~ 20 % 정도 더 효율적으로 농사를 수행했다 . 그래서 이 두 지방에 사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
결국 생계를 이어나가는 전문성에서 처음에 누가 더 뛰어나냐에 따라 그 이후의 성 역할이 고착된다 . 쟁기 끄는 방법을 배운 남자들은 소에게 쟁기를 씌워 몰고 가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다 . 바퀴가 발명되면서 남자들은 소의 멍에를 수레에 연결해 우마차를 움직이는 데 전문성을 획득했다 . 그리하여 남자들은 곡식을 시장에 운송하는 일을 떠맡고 , 몇 단계 나아가 지역 안에서 그리고 장거리로 이루어지는 교역과 상업을 지배하게 되었다 . 교역과 상업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기록을 남기는 일이 중요해졌는데 , 그 임무를 떠맡은 것 역시 교역과 상업에서 활동적인 남자들이었다 . 따라서 교역 · 상업을 위한 쓰기와 산수가 발명되면서 남자들은 인류의 첫 번째 서기와 회계사로 등장했다 . 여성보다 남성이 먼저 문자를 해독하고 셈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역사적으로 처음 알려진 철학자 , 신학자 , 수학자가 남성인 까닭도 바로 이것으로 설명된다 .
육식에 남성 우위가 있다 ? 여성이 그동안 육식을 상대적으로 덜 섭취해온 것은 위와 같은 사냥과 전쟁을 통한 남녀의 지위 차이에 따른 결과이지 그 원인이 될 수는 없다 . 모 가장제 같은 것은 없었다 . 가부장적 질서 아래 여성이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그러나 그에 따른 불균등한 단백질 배분 문제에서 ‘ 불균등 ’ 을 문제 삼아야지 ‘ 단백질 배분 ’ 자체를 문제 삼으면 곤란하다 . 이 사람은 배가 부르고 저 사람은 배가 고프니 , 둘 다 먹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아닌가 ? 고기는 권력을 쥔 자가 쟁취하는 일종의 전리품이다 .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그것을 남성들이 비교적 더 많이 누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 앞뒤가 바뀌어 고기가 남자의 음식이며 육식이 남성다운 행동이라고 말하며 그 반대급부로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 고기가 남성만을 위한 것이며 남성의 전유물이었다면 , 남녀의 위치가 평등해야만 하는 현대사회에서 더 호혜적으로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을까 ?
결론 :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고기를 많이 먹자 .
May 2017 maxim 1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