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MAXIM_2017_05_new | Page 116

Issue
육 식 무 죄

肉食無罪

고기 , 섹스 그리고 거짓말

육식이 남녀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그럴싸한 구라를 지식이랍시고 믿는 자들이 있다 . 불쌍한 마음에 펜을 들었다 .
by 밴드 피해의식 보컬 , 자유육식연맹 총재 크로커다일
고기는 성 불평등의 원인인가 ?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자유육식연맹 ( 아직 안 망했음 ) 을 항간에는 그저 고기를 많이 처먹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만든 아무 의미 없는 단체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 그것은 대단한 착각 이다 . 맥심 관계자부터 편집장에 이르기까지 이 몸이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칭하면 콧방귀를 끼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는데 , 육식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정치적이며 사회과학적 이슈들을 널리 포괄하고 있는지와 그런 광범위한 문제에 본인 ( 크로커다일 ) 이 얼마나 깊은 지식과 통찰을 함양하고 있는지를 깨닫는다면 놀라 까무러칠 것이다 . 오늘 쓸 이야기는 단지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와 이전에 출판을 위해 집필해놓은 여러 문건을 꾸역꾸역 짜깁기해서 칼럼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 평소에 웃긴 이야기나 하고 즐겁게 해주니 , 내가 여러분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은데 내가 일부러 대화 수준을 낮춘 것임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
하여튼 , 육식 관련 이슈를 다루다 보면 이 문제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여성주의와 놀랄 만큼 부딪치는 부분이 많다 ( 실제로 대부분의 채식주의자는 여성이다 ). 이미 1900년대 초에 전부 거짓으로 판명된 인류학적 지식 ( 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것 ) 을 아직도 모 유명 여대에서 가르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 예를 들자면 원숭이를 초식동물이라고 한다든가 모 가장제 * 같은 이슈들인데 , 혹자는 유인원이 채식을 하므로 인간도 원래는 채식동물이라는 주장을 펼친다든가 , 인류의 원류는 모계 중심의 채식주의 사회였으므로 그것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곤 한다 . 그런 주장을 하는 자들에게 “ 네가 배운 것은 다 거짓말이란다 ” 하면서 인류학 책 몇 권을 쥐여주며 표시까지 해주었더니 그 이후로 모두 연락이 두절되었다 . 저 두 주장은 모두 거짓이다 . 원숭이를 비롯한 유인원이 채식보다 육식을 즐긴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사실이며 ( 육식에는 곤충식도 포함이다 ), 모 가장제 또한 엉터리 소설이다 .
* 모 가장제 ( matriarchal ): 결혼 , 상속 , 가문 계승 등이 여성 중심으로 이뤄지는 문화 또는 공동체를 설명하는 말 .
여성 중심의 채식주의 황금시대 ? 모 가장제에 대한 주제는 이른바 지고한 존재인 여성이 미개한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선천적인 폭력성과 잔인성을 슬기롭게 제어하여 정치적 · 경제적 불평등이 없는 목가적이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채식주의 황금시대를 이룩한 적이 인류 역사에 있었다는 것이다 . 일명 ‘ 에코 페미니스트 ’ 로 불리는 이 여성 / 채식 우월주의자들은 사회의 많은 문제 , 특히 불평등이나 권력 , 환경 파괴와 육식에 대한 문제들이 남성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폭력성에서 기인한다고 믿는다 .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때 여성에게 점유되었던 무기를 저열한 남성들의 손에서 되찾고 공정한 여성들의 손에 맡겨 ‘ 질서 ’ 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
실제로 19세기에는 여러 이론가가 이러한 여성의 지배가 원초적 인류의 사회제도였을 거라고 여기기도 했다 . 예컨대 스위스의 문화사학자 J . J . 바흐오펜은 저서 < 모권론 >( 1861 ) 에서 원시난혼설을 이야기하며 , 원시시대에는 난혼이 성행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관계로 가계나 재산의 상속이 모계를 따랐다는 주장을 펼쳤다 . 이러한 주장에 힘입어 미국의 인류학자 루이스 헨리 모건은 씨족선행설을 통해 ‘ 가족 ’ 이라는 집단이 인류의 사회 발전상 가장 늦게 나타난 형태이므로 인류 사회 최초의 친족 집단은 씨족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 즉 가족보다 씨족이 먼저 형성되었으므로 원시사회에서는 난혼이 성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모건의 이러한 씨족 개념에 영향을 받은 독일의 철학 ·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자신의 책 < 가족 ,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 > 에서 위의 주장을 근거로 인류 사회가 여성의 혈통을 따르는 , 여성이 정치적으로 남성을 지배했던 ‘ 모 가장제 ’ 의 단계를 거쳐왔다고 말한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전으로만 전해오는 고대 아마존 족 신화를 제외하고 모 가장제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 문화인류학자 조지 머독의 < 민족지학 도감 ( Ethnographic Atlas )> 에 기록된 1,179개의 사회 중 약 4분의 3에 이르는 사회에서 결혼 후 신부가 남편의 집이나 남편의 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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