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육 식 무 죄
肉食無罪
고기, 섹스 그리고 거짓말
육식이 남녀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그럴싸한 구라를 지식이랍시고 믿는 자들이 있다. 불쌍한 마음에 펜을 들었다.
by 밴드 피해의식 보컬, 자유육식연맹 총재 크로커다일
고기는 성 불평등의 원인인가?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자유육식연맹( 아직 안 망했음) 을 항간에는 그저 고기를 많이 처먹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만든 아무 의미 없는 단체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대단한 착각 이다. 맥심 관계자부터 편집장에 이르기까지 이 몸이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칭하면 콧방귀를 끼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는데, 육식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정치적이며 사회과학적 이슈들을 널리 포괄하고 있는지와 그런 광범위한 문제에 본인( 크로커다일) 이 얼마나 깊은 지식과 통찰을 함양하고 있는지를 깨닫는다면 놀라 까무러칠 것이다. 오늘 쓸 이야기는 단지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와 이전에 출판을 위해 집필해놓은 여러 문건을 꾸역꾸역 짜깁기해서 칼럼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웃긴 이야기나 하고 즐겁게 해주니, 내가 여러분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은데 내가 일부러 대화 수준을 낮춘 것임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하여튼, 육식 관련 이슈를 다루다 보면 이 문제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여성주의와 놀랄 만큼 부딪치는 부분이 많다( 실제로 대부분의 채식주의자는 여성이다). 이미 1900년대 초에 전부 거짓으로 판명된 인류학적 지식( 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것) 을 아직도 모 유명 여대에서 가르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예를 들자면 원숭이를 초식동물이라고 한다든가 모 가장제 * 같은 이슈들인데, 혹자는 유인원이 채식을 하므로 인간도 원래는 채식동물이라는 주장을 펼친다든가, 인류의 원류는 모계 중심의 채식주의 사회였으므로 그것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곤 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자들에게“ 네가 배운 것은 다 거짓말이란다” 하면서 인류학 책 몇 권을 쥐여주며 표시까지 해주었더니 그 이후로 모두 연락이 두절되었다. 저 두 주장은 모두 거짓이다. 원숭이를 비롯한 유인원이 채식보다 육식을 즐긴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사실이며( 육식에는 곤충식도 포함이다), 모 가장제 또한 엉터리 소설이다.
* 모 가장제( matriarchal): 결혼, 상속, 가문 계승 등이 여성 중심으로 이뤄지는 문화 또는 공동체를 설명하는 말.
여성 중심의 채식주의 황금시대? 모 가장제에 대한 주제는 이른바 지고한 존재인 여성이 미개한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선천적인 폭력성과 잔인성을 슬기롭게 제어하여 정치적 · 경제적 불평등이 없는 목가적이면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채식주의 황금시대를 이룩한 적이 인류 역사에 있었다는 것이다. 일명‘ 에코 페미니스트’ 로 불리는 이 여성 / 채식 우월주의자들은 사회의 많은 문제, 특히 불평등이나 권력, 환경 파괴와 육식에 대한 문제들이 남성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폭력성에서 기인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때 여성에게 점유되었던 무기를 저열한 남성들의 손에서 되찾고 공정한 여성들의 손에 맡겨‘ 질서’ 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실제로 19세기에는 여러 이론가가 이러한 여성의 지배가 원초적 인류의 사회제도였을 거라고 여기기도 했다. 예컨대 스위스의 문화사학자 J. J. 바흐오펜은 저서 < 모권론 >( 1861) 에서 원시난혼설을 이야기하며, 원시시대에는 난혼이 성행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관계로 가계나 재산의 상속이 모계를 따랐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주장에 힘입어 미국의 인류학자 루이스 헨리 모건은 씨족선행설을 통해‘ 가족’ 이라는 집단이 인류의 사회 발전상 가장 늦게 나타난 형태이므로 인류 사회 최초의 친족 집단은 씨족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즉 가족보다 씨족이 먼저 형성되었으므로 원시사회에서는 난혼이 성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건의 이러한 씨족 개념에 영향을 받은 독일의 철학 ·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자신의 책 <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 > 에서 위의 주장을 근거로 인류 사회가 여성의 혈통을 따르는, 여성이 정치적으로 남성을 지배했던‘ 모 가장제’ 의 단계를 거쳐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전으로만 전해오는 고대 아마존 족 신화를 제외하고 모 가장제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문화인류학자 조지 머독의 < 민족지학 도감( Ethnographic Atlas)> 에 기록된 1,179개의 사회 중 약 4분의 3에 이르는 사회에서 결혼 후 신부가 남편의 집이나 남편의 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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