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Issue 11: If/만약 | Page 15

입헌군주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으나 , 이는 한낱 노동자였던 정욱에게는 관심사 밖이었다 . “ 오빠 , 자 ?” “ 안 자 .” “ 있잖아 , 오빠 .” 순이가 방문을 열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 나이가 나이인지라 곱기도 참 고왔다 . 그 는 누워있는 오빠의 등을 보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 그 … 내가 결혼하는 거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 그러니까 , 오빠도 조만간 가야 될 테고 , 아니 , 오빠는 가는 게 아니지 . 아무튼 , 나 , 걔 , 그러니까 결혼할 사람 이 , 서울 쪽에서 일하게 됐대 . 그래서 나두 그리루 갈 거구 .” 순이는 누워 있는 오빠의 등을 툭 건들이고는 “ 자주 올게 .” 라고 하고는 이불을 덮 어주고 방을 나갔다 . 사실은 기뻤다 . 서울에서 일하는 거면 어떻게 사는 거지 ? 내 동생은 잘 챙겨 줄 수 있겠지 ? 그렇게 그는 벌떡 일어나 모아둔 돈을 확인했다 . 그 정도면 무엇이든 사 줄 수 있을 것이다 . 그는 , 혼자 뿌듯해하며 잠자리에 다시 들어가 웃으며 잠에 들었다 .
일순간 공습경보가 울렸다 . 거리는 전염병에 의해 죽은 시체들과 거적때기에서 나 온 진물들과 피로 물들여 있었다 . 곳곳의 집에는 벌건 동그라미가 박힌 욱일기가 펄 럭이고 있었다 . 아버지는 독립 운동가를 숨겨주시다가 돌아가셨다 . 어머니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 다 . 어릴 적부터 여동생을 따라다니던 그 놈은 만주로 끌려가 총알받이가 되었다 .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던 일본군의 말을 믿고 따라간 순이는 , 탄광 책임자의 말에 의 하면 , 일본군들의 ‘ 욕구 ’ 를 채워줄 장난감이 되어 버렸다는 소식 밖에 듣지 못했다 . 그는 , 이 곳 , 일본 탄광에서 일할 인부로 끌려왔다 . 가까스로 탈출했다 . 먼저 탈출한 동료가 있다던 히로시마로 무작정 찾아왔다 . 배 를 타고 부산으로 가려 했지만 , 여동생을 빼다 박은 한 조선 아이 엄마의 울음을 듣 고 자리를 양보해 , 아침 내내 이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 그런데 지금 공습경보가 울 리는 것이었다 . 비행기 , 작은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간다 . 일순간 그의 눈이 뒤집혔다 . “ 황제 폐하 만세 !!” 손을 높이 치켜들고 그가 외쳤다 . “ 고종 황제께서 백성을 구하러 친히 - “ 그 순간 한 총알이 그의 다리를 관통했다 . 뒤를 돌아보니 일본 헌병 두 명이 총을 빼들고 식식대며 무어라 욕을 퍼붓고 있었다 . 그는 그 모습을 보고도 정신이 돌아오 질 않았는지 , 다시 손을 높이 들어 “ 고 - , 고종 황제께서 - 백성을 구하러 친히 오셨다 ! 대한 독립 마 - 만세 !” 라 외쳤다 . 이에 일본 헌병이 총알을 두어 발 더 쏘았다 . 그 쪽에서도 미친 놈이라 간주한 것이 다 . “ 쏘 - 쏘지 마 , 이 씨팔 새끼들아 …! 나라 하나 망쳐 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 그래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 탄광에서 단련된 맷집이었다 . 그는 옆에 있는 벽을 붙잡고 가까스로 서 있었다 . 그는 , 그가 흘린 피인지 시체에서 나온 피인지도 모를 피를 찰박거리며 소리쳤다 . 그는 총에 맞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외쳤다 . “ 어머니 ! 아버지 ! 순아 !” 그 순간 총소리가 와다닥 하고 들려왔다 . 소리가 남과 동시에 그는 뒤쪽으로 서서 히 쓰러졌다 . 쓰러지면서 , 공습경보가 꺼졌다 . 그의 눈에는 펄럭이는 욱일기 , 그리 고 단 한 대의 비행기와 단 한 발의 폭탄이 보였다 .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 그는 조용히 , 입 안에서 우물거리며 말했다 . “ 내가 바란 8 월 6 일은 이게 아녔는데 …”
그리고 1945 년 8 월 15 일 . 일본은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 마저 잃고 나서야 무 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 “ 천황도 인간인 것은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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