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윤
그녀는 틀림없이 내가 처음이 아닐 거야. 수도 없이 갈아치웠을 텐데, 또 나조차도 몇 달 가지 않아 버려질 게 불을 보듯 뻔했지만 그냐는 분명히 가지고 싶은 여자였다. 나를 통째로 내어주고 싶은 여자. 그녀를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첫 만남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네. 검지를 입에 살짝 물고는 고민하던 표정이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요.” 내 몸을 처음 주었을 때에 그녀는 손에 익은 체위로 나를 가지고 쓸어내렸다.
처음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던 기억이고 그건 내 존재조차 잊었을지 모를 지금도 달라 질 것은 없다.
“ 전보다 예뻐졌을까? 난 그 애 얼굴을 본 지가 오래 되서 솔직히 좀 가물가물해.”
사실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여자다. 평범한 외모에 형편없이 상하고 뻗친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였지만 날 만지고, 내 곁에 서 얼굴을 매만질 때만큼은 생기 넘치는 풋풋한 소녀가 되곤 했다. 가끔 나와 엉겨 붙고 나선 내팽개치듯 버리고 나갈 때 도 있었지만 얼마 안 가서는 울상이 되어 스스로 뉘우치고 나를 보듬었어.
“ 그 앤 여전하구나? 덜렁거리고 서툴고. 걔랑 할 땐 어땠어. 많이 늘었으려나.”“ 날 보듬는 손길은.” 날 보듬은 손길에 그만 흘러내릴 것처럼 노곤해졌다. 숨이 붙어있는 한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야.“ 우린 꽤 괜찮았어요.”
나는 거칠고 빳빳한 그녀를 능숙하게 만졌다. 장소 같은 건 중요치 않았고 매순간 그녀를 만족시켜주는 일에 최선을 다했 다. 그 결과야 이미 벌어졌듯 이리 처참하게 떨궈진 것이라고 해도 결코 그녀의 소유가 된 날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한창 사랑받을 때에 그녀는 한결같지만 매일 다른 매력으로 내게 왔다. 젖은 몸으로 희고 얇은 슬립을 입은 날은 차 분하고 느리게 만지며 그녀를 재워야했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날에는 갖은 정성을 쏟으며 그녀를 가꾸었다.
결국 그녀의, 그녀라는 여자의 아름다움에 일조한 것이다.“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당신은 그녀의 어린 시절을 봤죠? 얘기해줘요. 그녀의 모든 걸 듣고 싶어.”“ 그 애는 참 귀여웠어. 아마 지금의 그녀에게도 예전 모습이 남아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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