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엉망진창 진흙탕에서 우리들은 세상도 원하지 않고 사회도 원하지 않고 심지 어는 우리들도 원하지 않는‘ 벽’ 없애기를 해야 한다. 이제는 해야만 한다. 그렇다 면‘ 벽’ 을 없애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앞의 내용을 따르자면 사회를 개혁해 야 할 것이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꾸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렇게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사회를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면 벽은 없 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는 매우 힘들 것이고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은 우리같은 아이들이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것은 불쌍한 어른들의 몫이고 사실 먼 세상이야기 이기 때문에 그 방법은 저편 으로 미뤄두고 다른 생각을 해보자. 나는‘ 벽’ 없애기의 방법으로‘ 만약’ 을 제안한 다.‘ 만약’ 은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벽 위로 날아다니는 것은 가능 하다. 한계를 넘는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가끔씩 가만히 앉아 상상을 한다.“ 만약 벽이 없다면?” 이라고. 이 생각을 한 그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벽이 사라지고, 한계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사라진다. 내 상상 속에서 이루는 것만 이 남는다.‘ 만약’ 을 상상할 때 나에게는 시간 개념도 사라지고, 내가 끝내지 못 했던 숙제도 사라지고, 항상 부딪혀 왔던 벽들도 사라진다. 내 곁에는 꽃향기 풍 기는 설렘만이 한가득이다. 다소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예시이지만 곰곰이 생각 해보면 틀릴 것도 없는, 오히려 명쾌한 해답이다. 우리는 이것보다 더 어렸을 적 만약이라는 말을 많이 써왔다. 틈만 나면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만약에 내가 커서 대통령이 되면?” 또는“ 엄마, 내가 만약에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해?” 라 고 물어보곤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 바로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라고 한다면 아마 벽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빨리 잠이나 자라.” 라는 답변에 가까워질 것이다. 당신에게 그런 대답이 돌아왔 다면 곧바로 상대에게 말해줘라.“ 만약, 만약을 사람들 모두가 생각한다면 정말 좋을 텐데...” 라고 말이다.
내가‘ 벽들의 자기주장’ 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내리는 해답은‘ 만약’ 단 한 가 지이다. 이 글을 읽고 내가 내린 해답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확고하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당연하게 꾸준히 계속 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우리들은 이미 너무 많은 벽 을 만들고 있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그때에 가서 우리가 만들어 놓은 벽들을 모두 치운다고 하면 그게 우리의 삶 속에서 가능한 일일지 의문이다. 우리의 인 생은 생각보다 많이 짧다. 완전히 비현실 주의자가 되자는 말이 아니다. 낙관주 의자가 되라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우리들이, 아이들이 조금은 헛된 희망을 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 때만 누릴 수 있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 중 오로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만약’ 이라고 생각한다. 다 큰 어른들은‘ 만 약’ 이라는 말 하나 가슴에 묻어두자. 그리고 힘들 때 꺼내보자.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당신에게도 가끔씩은 상상의 날개가, 설렘 가득한 희망이 필요하다.
예전부터 우리는 자유를 원할 때면“ 날고 싶다.” 라는 말을 해왔다. 당신이 여전 히 날고 싶고 자유를 가지고 싶다면‘ 만약’ 을 되뇌어라. 그렇다면 이미 당신은 자 유를 쟁취하고 벽 위로 훨훨 날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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