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혼자 잘해야 할 때와 함께 잘 해야 할 때
방
탄소년단(BTS)이 비틀스의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매력
없는 남성으로 꼽히던 한국 남성이 전 세계적인 인기스타로 떠오른다니 정말 믿기 힘든 일이다.
LPGA는 한국 여자선수들이 온전히 주도하고,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에서도 이강인 선수의 멋진
개인기와 이광연 골키퍼의 눈부신 활약으로 한국이 준우승을 거두었는데 이제는 세계가 놀라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듯 받아드리는 모습이다. 인류에게 득이 되도록 한다는 홍익 정신이 실현되는 멋진 모습이다.
K-드라마를 시작으로 K-팝, K-뷰티는 이제 미국이나 유럽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빛나는 발전 속에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는 개개인의 능력으로 보면 분명 우수한 점이 많은데
하나로 뭉쳐지지 못하는 결정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것을 위해 큰 것까지 희생시키는
잘못된 습관을 갖고 있다. 어느 단체라도 그런 이유로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처음
만들어져 한동안 상승세를 타다가 결국 뭔가 힘을 얻기 시작하면 산산조각이 나는 아쉬움.
편집인 장현석
알량한 권력이라도 쥐고 나면 성벽을 높이 쌓아 올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철옹성을 만들곤 한다.
문제는 그렇게 쌓아 올린 철옹성에서 더 큰 단체나 조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갇혀 죽고
마는 나쁜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여성들이
주도하는 단체는 그나마 낳은 편이다.
흑인 인권단체 중 하나인 NAACP는 올해로 110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한인들도 좋아하는 라이언스
클럽은 올해로 102년이 되었지만, 한국인들이 만들어 놓은 단체 중 100년을 넘긴 단체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가 어렵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는 흥사단이 가장 오래된
민족운동 단체다. 1913년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만들었고,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하던 본부를 1949년에
한국으로 이전해 간 뒤 5.16 군사 정변 때 문을 닫았다. 몇 년 전 소수의 재외민족운동가에 의해 다시
결성하긴 했지만 이름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산실이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많은 정치인과 학자, 언론인이
미국으로 망명이나 도피해 와 민주화운동을 전개했다. 그 대표적인 단체가 1972년에 만들어진
한민총(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과 1983년에 만들어진 인권연(한국인권문제연구소)이다.
특히 인권연은 수많은 재외 동포 출신 정치지도자도 배출해 냈는데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데일리
패션이라는 가발회사를 운영하던 재미교포 출신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인정받는 단체였는데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없다.
미국의 한인재외동포사회 경제의 주축은 아직도 뷰티 서플라이가 차지하고 있다. 비공식 집계지만
한인 경제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대표하는 단체로는 먼저
미국모발제품수입자협의회가 만들어졌다가 몇 년 전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매업자를
대표하는 미주뷰티서플라이총연합회(NFBS)는 아직도 남아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힘이 쇠약해져
가는 모습이다. 단언컨대, 이런 실업인 단체까지 문을 닫게 되거나 유명무실해 지면 뷰티 서플라이
산업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풍전등화에 놓이게 될 것이라서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것이 우리 민족의 혼이고 정신이다. 나 혹은 내 주변에서 나를 따르는
사람만 이롭게 하려다 보면 철옹성에 갇혀 자멸하게 된다는 이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에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관망만 하려는 안일함도 문제다. 뒤에서 욕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와 홍익 인간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선이다. 개인기도 중요하다. 그런 뛰어난 개인기가 모여 단체의 힘으로 발현될 때
기적 같은 일도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누가 무어라 해도 소수민족 이민자들이다. 뭉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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