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휴지통이 가르쳐준 고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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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밤 늦은 시간에 이웃집 남자가 초인종을 울렸다. 남자는 다짜고짜, “우리 집에 와서 쓰레기통을 훔친
것 같은데 다시는 그런 짓거리 하지 마라"며 밖에 내어놓은 쓰레기통을 끌고 갔다. 단 순간에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그 집 아들까지 가세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번졌다. 경찰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사소한
일이지만 자칫 폭행 사건으로 번질 위험이 있으니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와달라고 당부했다. 30분 뒤
경찰이 도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웃집 남자는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쓰레기통을 다시 가져다 놓고 필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경찰을 기다리는 30분 동안 사실을 확인해 보았을 것이고, 자신이 착각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경찰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까? 어쩌면 본인의 실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그깟
쓰레기통 하나 때문에 이웃과 불행한 공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을 부른 것이 최악의 선택이 아니라
최악의 상태를 예방하는 긍정적 수단일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해프닝이다.
한인 뷰티서플라이 산업 내에서 고소가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다른 산업에 비해 오히려 더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제품을 경쟁업소에 줘도 고소, 안 주면 안 줬다고 고소한다.
도매업체 간의 고소도 많다. 히트상품 이름이나 디자인을 도용해서 벌어지는 고소도 있고 특허를 침해해서
편집인 장현석
벌어지는 고소도 많다. 돈을 갚지 않아 벌어지는 고소도 많고, 반품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벌어지는 고소 또한
빈번히 발생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잡지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소한 대단한 회사도 나왔다.
어느 소매업자가 헤어회사를 고소해 합의금으로 큰돈을 받아 도매업체를 열었다는 소문도 눈을 찌푸리게
한다. 돈을 목적으로 한 그런 비겁한 고소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최근 늘어나는 고소 전체를 잘못된
현상으로 볼 수만도 없는 것 같다.
한인 이민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뷰티 산업의 특성 때문인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같은 한인들끼리 그렇게
매정할 수 있느냐?”, “미국은 자유 경쟁 사회다”, “다른 사람은 다 하는데 왜 나만 안 된다는 것이냐?”라는 말로
다소 억지 적이고 비상식적인 사업문화를 만들어왔다. 세상은 완벽한 곳이 아니라서 억지 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그렇게 예외적인 상황에서 임시방편적으로 응용되었어야 할 억지가
새로운 사업문화로 고착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사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배려할 수 있는 여유도 줄어들고,
상식을 벗어난 억지 적 사업문화를 고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지금 난발하고 있는 고소, 고발사건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온라인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 간 정보공유가 가능해지면서 이제 뷰티
산업은 도소매 간의 관계변화, 유통경로의 변화, 지적 재산권의 가치변화, 민족적 결집력 변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는 자본주의와 자유경쟁의 본래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각국 정부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온라인 업체의 사업영역을 제한하는 법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부도 법을 바꾸는 상황에서 소매업체와 소매업체, 소매업자와 도매업체, 도매업체와
도매업체 간의 관계설정이 변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객관적인 심판이 필요한 만큼
고소와 고발은 필연적인 과정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쓰레기통 사건을 통해 고소와 고발이 극단적인 최후처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감정적 대립을
피하는 좋은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서로 굽힐 의사가 없는 완강한 고집은 감정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객관적인 심판관이 필요하다. 또한, 고소, 고발은 한 번으로 만족해야 한다. 승패와 관계없이 심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똑같은 오해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는 잘못된
오해나 관행이 개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민 1세들이 한 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미국법을 따르는 것이 맞다. 한인 이민자들끼리 모이다 보니 영토의 차이를 쉽게 잃어버릴 때가
많다. 자칫, 한국적 가치로 관계를 형성하거나 행동하면서 미국의 법을 어기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한국적 가치가 미국에서는 쉽게 불법적인 집단이기주의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일이다.
고소, 고발은 사회적 신뢰가 무너질 때 나타나는 나쁜 현상이 분명하다. 이런 부정적인 현상을 피할 수 없다면
긍정적 결과를 위한 학습 과정으로 삼는 “쿨(Cool)”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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