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선비의 기백은 어디로 가고
“그 회사 망한대. 외상값 갚지 말고 기다려봐!”
소매점 주인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 중 간혹 듣는 말이
다. 소문이 시작되면 전국적으로 퍼지는데 불과 30분도 걸
리지 않는 무서운 통신망이 뷰티업계에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확산하는 경로를 추적해 들어가
보면 의외의 몇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세 명만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여성들 사이에서보다 ‘한마디 말도 천금
처럼’ 무겁게 한다는 남성들 사이에서 이런 유언비어가 더
심하게 벌어진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 유언비어가 발생하
기 시작하면 당사자가 가장 늦게 소문을 듣는다는 사실. 유
언비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유언비어는 지워지기 힘
든 흉터로 남는다는 사실 등이다. 뷰티산업에서 하루라도
빨리 근절되어야 할 잘못된 문화다.
최근 뷰티플러스 (Beauty Plus)는 한 장의 공문을 각 소매
점에 발송했다. “창고 대방출 세일과 함께 수금 협조요청을
하는 상황을 악용하여 중상모략과 악성루머 등을 퍼뜨리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협조공문이다.
최근 뷰티플러스는 Aliba에 이어 Triple X, 12A Natural
Born 위빙 등 여러 가지 신제품 라인을 새로 갖추면서 자금
부담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장사를 하다 보
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다. 뷰티플러스는 소매점에
수금 협조를 당부했다. 또한,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인
벤토리도 대대적으로 방출하여 자금회전도 하면서 시장점
유율도 높이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유
사한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는 창고 대방출 세일 방식이다.
그런데 소문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 “뷰티플러스가 자금
난을 겪고 있대”에서, “뷰티플러스가 망한대”로 바뀐 것이
다. 살이 붙은 소문은 불과 2~3일 만에 “뷰티플러스가 금방
망한다는데 외상값 갚을 필요 없대”로 자가발전하고 말았
다. 이런 악성루머는 조기에 차단하지 않고 무언으로 응대
하면 마치 사실로 둔갑해 버리기 일쑤다. 심한 경우, 정말 회
사가 위기에 처할 만큼 수금이 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까지 연출된다. 직접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
문에 악성루머는 그래서 마녀사냥과 비교되곤 한다.
뷰티플러스의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저희가 준비
하고 있는 광고 내용 등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Aliba 제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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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S M O B I Z B E A U T Y S T O R E
지난 해부터 공전의 히트를 하고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나
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추세를 몰아 후속품으로 12A급
제품도 내놓아야 한다. 지금 판매하고 있는 인기제품도 중
요하지만, 유행을 리드하는 회사로서 계속 새로운 제품에
도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창고에 쌓인 재고
를 방출하여 자금회전을 원활히 하고 소매점에 수금 협조
를 요청드리는 것” 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악성루머의 주범과 공범은?
그런 사실을 뷰티플러스는 자연스럽게 공개했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못한 수준의 유언비어로 뒤바뀌어 급속도로
돌기 시작한 것이다. ‘외박했대’가 단 하루 만에 ‘임신했대’
로 변하고, 불과 3일 만에 ‘애까지 낳았대’로 변하는 무시무
시한 악성루머 문화의 실체를 보여준 사례가 되고 말았다.
악성 루머는 멀쩡한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
는 부작용을 낳는다. 말 한마디 섞어 보지 않은 사람이 ‘좋
다’ 혹은 ‘나쁘다’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선입견이나 관
찰력 보다 이런 루머 때문이다. 악성 루머를 퍼트린 사람은
“아니면 말고”라고 말한다. 그나마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
는 사람의 말이다. 현실적으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고 끝까지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
우도 많다.
이런 소문의 출처는 경쟁 회사의 영업사원들인 경우가
많다. 뭔가 새로운 정보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확실치
도 않은 내용의 정보를 쉽게 뱉어내곤 한다. 물론 그렇지 않
은 영업인들도 많겠지만, 경쟁사는 무조건 깎아 내려야 하
는 상대라고 착각하는 영업사원들 때문이다.
그런 악성루머를 듣고, “아~~ 그래?”라고 믿어주는 경청
자의 책임도 크다. “책임질 수 있는 말이야?”라고 반문하
거나, 당장 전화기를 들고 당사자에게 확인해서 악성루머
를 퍼트리려는 주범의 의지를 다독이는 대신, 카카오톡에
서 가장 먼저 새로운 정보를 밝히겠다는 의지로 “모 회사가
파산 직전 이라는데 걱정이네요”라고 걱정해 주는 척하는
것도 공범스러운 행위다.
악성루머가 지나칠 정도로 극심하다 보니 악성루머에 알
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소매점 경영인들도 있다. 뷰티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