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는 드라마보다 더 아니라는
드라마틱한 감동을 선사했다. 넘어지고도 1등으로 들어오 우리 선수들은 결
는 선수들이 뿜어낸 그 엄청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 승전에서 다시 한
었을까? 서양 선수들의 체격과 비교해 보면 근력 때문이라 번 확인해 주었다.
말하기도 어렵다. 근력 이외의 무엇인가가 분명 있었다. 그 마지막 한 바퀴를
게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게 무엇인지를 분명히 남겨두고 앞선 선
느끼고 있다. 그것이 무어라 형용할 수 없어 그냥 우리는 “ 수를 제치고 튀어
그 무엇”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나오는 모습은 마
사실을
치 치밀어 오르는
캔자스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친구들에게 농담으
태양을 그 누구도 막지 못하는 기세와 같았다.
로 “근대사에서 너희 서양인들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잠자던 네 마리의 용을 깨운 것이다. 어쩌려고 그런 실수 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마감하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를 저질렀냐?”며 놀려대곤 했다. 농담을 가장한 진담이다. 맞아 뷰티서플라이 산업은 새로운 위기앞에 서있다. 매출
고구려와 몽골, 중국이 번갈아 세상을 뺏고 빼앗 김을 반 이 떨어지고 한치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말하면서
복하면서 우리 조상은 피와 증오로 얻어지는 것은 허무 도, 우리는 분명 믿는 구석이 있다. 정확히 그것을 표현하
뿐 임을 깨달았다. 갑옷을 벗고 흰색의 옷으로 갈아입으면 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비
서 네 마리의 용을 잠재웠고 백의민족으로 거듭났다. 시와 슷한 것을 느끼고 있으니 그냥 “그 무엇”이라고 말해도 알
글 속에서 진리를 얻을 수 있고, 작게 취하는 것이 더 크 것 같다.
게 얻는다는 중용을 넘어 무소유의 진리까지 터득한 우수
한 민족이다.
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북한에서는 김여정이 한국을 방문
했다. 청와대를 찾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중히 초대장
그렇게 천년의 세월이 흐르고, 네 마리의 용은 다시 일본 을 전했다. 개막식 단상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측
의 무례함과 서양문명의 소란스러움으로 잠에서 깨어났으 인사와 서로 악수하는 장면 속에 비춰진 미국의 부통령과
니 그 위용과 괴력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 일본의 총리는 그 순간 만큼은 한없이 작게 보이기도 했
장 가난한 나라가 반세기 만에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을 때 다. 미국이나 일본인들이 알고 있는 공식으로만 보면 핵 문
사람들은 그것을 한강의 기적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제로 당장 전쟁이라도 벌어질 기세였던 한반도가 그렇게
기적이 아니다. 기적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한두번 일어날 쉽게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답을 예측할
때를 표현하는 단어다.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뒤, 삼성과 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확신을 갖고 믿는 1 + 1 = 2라
LG가 가전제품 시장에서 Sony와 GE를 제친 것도 기적이 는 공식을 우리 한민족은 3도 되고, 때로는 4도 된다는 무
고, 반도체의 절대적 지존의 자리를 거머쥔 것도 기적이다. 한의 공식을 “기적”처럼 입증해 왔다. 그런 사실이 어쩌면
한국의 드라마가 할리우드를 무색하게 할 만큼 전 세계적 두려울지도 모른다. 절대 뭉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인 사랑을 받는 것도 기적이고, 싸이의 강남스타일까지 기 우리는 평화롭게 촛불을 들고 뭉쳤다. 언제나 무에서 유
적이라면, 한국에서는 기적이 늘 벌어지는 일이라 더는 기 를 창조해 온 민족이고, 일반적인 공식으로는 도저히 풀
적이 아닌 당연지사다. 수 없는 위기를 거듭 기회로 승화시킨 보기 드문 민족임
이 분명하다.
오라델 박찬식 대표가 이미 70년대에 K-Mart와 같은 체
인점에 가발을 납품했던 것도 기적 같은 일화였고, 보양 한국인들은 뭉치지 못하는 흠이 있다고들 말한다. 일부 사
바네사 구영범 대표가 스마트폰 같은 편리한 도구가 없던 실이다. 개인마다 괴력이 강하다 보니 만나면 부딪힘이 강
까마득한 시절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떠나 미 전국 해서다. 네 마리의 용이 서로를 향해 날면 부딪혀 굉음을
을 돌면서 가발 주문을 받아 텔렉스로 전송했던 것도 기적 내는 것과 같다. 하지만 네 마리의 용이 모두 같은 목표물
같은 일이다. 썬태양의 창업주가 80년대 초 아프리카까지 을 향해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때는 부딪힘이 없어 상상을
달려가 공장을 세운 것도 기적 같은 일이고, 시골의 한적 뛰어넘는 기적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청룡, 백
한 마을까지 뻗어 나가 미 전국에 무려 6,500개의 소매점 호, 주작, 현무 네 마리 용을 가슴에 품은 뷰티서플라이 산
을 개척한 뷰티산업 프론티어들의 업적은 말할 것도 없다. 업도 이제는 같은 방향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치밀어 오
넘어지고도 1등으로 들어 온 그 엄청난 힘이 결코 기적이 를 때가 되었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