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Biz Beauty Store 2018 February | Page 15

편집인 칼럼 물건 배달을 위해 장거리 운전을 하던 중 앨라배마 몽고 메리 인근의 소도시에 위치한 Song’s Fashion에 잠시 들렀다. 송영순 사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지역의 흑 인 인구에 비교하면 작지 않은 규모의 가게에는 넘치도 록 많은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어느 영세 헤어 브랜드 를 가리키면서, “요즘 저 제품은 어때요?”라고 묻자 송 사장은 “저 회사가 요즘 어려운가 봐요. 올해를 잘 버텨 야 할 텐데”라며 제품이 잘 팔리는지의 대답 대신 영세 한 헤어회사의 안부를 걱정했다.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으 면 그렇게 곱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뷰티서플 라이 소매점 사장님들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불의를 돕게될 것이 분명하고, 먼저 알게 된 내가 이 를 말해줄 책임이 있으니 말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어 린아이의 노동을 착취하여 만든 제품은 사주지 말아야 할테니까. 뷰티서플라이 소매점 사장님들 상당수가 송영순 사장 과 같은 마음들이다. 재고로 인한 자신의 손해보다는 먼 길을 찾아오는 영업사원이나 영세한 회사의 처지를 먼 저 걱정해 주는 그런 따듯한 마음씨. 언제든 찾아가면 다방 커피믹스라도 대접하려는 넉넉함과 순수함. 잘 팔 리지 않을 물건이라해도 한 피스라도 사주려는 그런 고 운 마음씨를 쉽게 발견하게 된다. 필자는 가는 곳마다 그런 고운 마음씨의 뷰티서플라이 사장님들을 만날 때 마다 한없는 애정과 동지애를 느낀다. 돈을 번다는 것, 자식을 키운다는 것, 사회의 구성원으 로 살아간다는 것, 인간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 모두 무 심결에 행하는 행동이 집합되어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그중에서는 내가 알고 어기는 양심도 있지만, 나도 모르 는 사이에 어기는 양심도 많다. 좋은 글을 쓰려 애쓰는 필자도 그중 하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양심을 속이 고, 범죄의 공범자로 참여하고도 떳떳하다 주장하고 있 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순수하고 좋은 마음씨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의의 중심에 서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며칠 전 중국 광저우에 소재한 미용 제품 무역센터를 둘 러 보았다. 요즘 유행하기 시작한 자석 아이래시가 곳곳 에 널려있었다.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갔을 때 $16에 판매하고 있던 기억이나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1이란 다. 아무리 중국 공장의 가격이 싸도 그렇지 어떻게 도 매가격이 $1이 될 수 있단 말일까? “북한에서 만든 거에요” 주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리의 힘이 풀리고 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도 망 나오듯 가게에서 빠져나왔다. 바로 전전달 잡지의 기 사에서 내가 쓴 이야기였다.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 으면서도 막상 북한의 어린 7~9살짜리 아이의 손에 의 해 강제수용소에서 만들어진다는 자석 아이래시를 직 접 손에 쥐고 보니 그 충격은 처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몇 번씩이나 주문을 외우 듯 마음으로 빌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것을 돈 주고 사준 내가 죄인이다. 나 같은 사람이 이것을 사 주지 않아야 너희에게 이 험한 일이 주어지지 않을 텐 데,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뉴스에서는 유엔이 북한을 상대로 최대규모의 경제 제 재를 결의하고 이런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인해 중국도 오일공급을 대량 축소하기로 약속했다는 소식이다. 제 발 북한의 노동수용소에서 만들어진다는 아이래시가 더는 중국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중국이 문을 꼭꼭 닫아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한편에서는 평창 올림픽을 기 회로 남북이 협상하였고, 북측이 평창 올림픽에 참여하 고 남북 간의 관계를 풀어가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는 소식도 들린다.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대화 를 통해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되고, 정상적인 환경에서 아이래시가 만들어져 남북평화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북한산 아이래시를 팔 수 있는 날도 기대해 본다. 28살이나 된 딸아이의 손이 혹시라도 거칠어지지 않았 는지 만져보았다. 비행기 승무원이 되어 고생하는 딸이 가엽고 애처로운 아빠의 마음 때문이다. 그렇게 과년한 딸의 손도 걱정스러운데,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아 이래시를 만드는 7~9살 난 어린 북한 아이들의 손은 얼 마나 고통스러울까? 지문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이고, 성인이 되기 전에 시력까지 잃을 수 있는 일이라는데… 아이래시 하나 비싸면 어떠한가? 비싸면 비싸게 팔면 이득도 더 남는 일이다. 싸구려 아이래시는 그만한 이유 가 있는 것이고, 이제는 사실을 알았으니 선한 양심을 행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몇 번이고 망설였다. 독자들에게 이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