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7 'Adult' Jun.2014 | Page 39

남자는 다시 창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다른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 일은 일어났고, 돌이킬 수는 없네.” 창 밖을 바라보던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창 밖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때 그 자식만 아니었어도..! 그 일만 아니었어도!” “일이 그렇게 돌아간 데는... 자네 역시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네. 그걸 모르는 건 아닐 테지.” 창 밖을 주시하던 남자는 창문을 닫고 다시 쪼그려 앉은 남자에게 돌아왔다. 앉아 있던 남자는 자신의 곁으로 온 남자를 거의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진짜가 아니야. 당신도 그렇고. 이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거겠 지.” “그렇게 생각하나? 어쩌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르고.” “아냐, 이 모든 건 단지 불운 때문이었을 뿐이야…!” “그렇게 믿을 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상황이 너무나도 명백하네.” 앉아 있던 남자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소름끼치는 광기가 고개를 들려 하고 있었다. “난 절대 누구도 그렇게까지 조지려고 하지 않았어.” “어이쿠, 물론 누구도 그러지 않았네.” 서 있던 남자는 다시금 등을 돌려 창문으로 향했다. 앉아 있던 남자는 곁에 떨어져 있던 병을 하나 집어 들었다. “정말 그런걸 원하나?” 창문만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남자는 말했다. “자네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꼭, 그렇게라도 만들어 보이고 싶었나?” 마치 등 뒤로 그 남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그러나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침착했다.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