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 창 밖으로 들어오는 흐릿한 불빛. 방 안에는 두 남자만이 있었다.
“아무래도 자네의 믿음은 좀 과장됐다 싶군.”
“아냐…!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는 남자에게 다른 한 남자가 다가왔다.
“아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어떻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어떻게?’가 아니라 어째서겠지. 자네는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었어.”
다른 남자는 앉아 있는 남자의 등에 손을 얹으며 곁에 앉았다.
“아니야… 그건 내 능력 밖이었어..!”
다른 남자는 다시 일어서 창 밖을 보며 말했다.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자네가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 적
어도 중간에 관뒀다면 이런 일은 터지지도 않았어. 그래도 자네는 계속 밀어붙였
지. 대체 뭣 때문이었나?”
쪼그려 앉은 남자는 고개를 전혀 들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난 내가 옳다고 믿는 걸 했어. 그 선택에 절대 후회는 없었고, 내 나름 잘 살아왔
다고 믿었다고. 날 믿어준 사람들, 그 사람들을 절대 배신해서는 안 됐고, 나아가
내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해 왔어.”
“자네는 해결사가 아냐. 자네의 재능은… 좀 다른 곳에 있었지.”
서 있던 남자는 여전히 창을 향해 있는 채로 몸만 살짝 틀어 쪼그려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
앉아 있던 남자는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방 안의 피 냄새가 다시 일어났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좀 컸다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 앞의 원칙을 외면하곤 하네.”
“아니, 이건 절대 내가 의도하지 않았어! 난 전혀 다른걸 하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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