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거울 울거
임주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라는 영화를 아는가? 제목만 보
자면 에로영화로 오해할 법하지만, 이 영화는 베로니카와
베로니크라는 두 여인의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한날한시에 같은 얼굴로 태어나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한다.
한 명은 폴란드, 한 명은 프랑스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르지만 상대방의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렇게 같은 얼굴을 가지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이들을 우리는 흔히 ‘도플갱
어’라고 한다. 도플갱어란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을 가리키며 통상적으로 같
은 시대와 공간에서 타인은 볼 수 없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보는 것이라 정
의되어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자아분열과 같은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지만 나와 같
은 얼굴을 하고 있는 존재라는 건 꽤나 매력적인 소재라 드라마, 소설, 영화 등에서 자주 등
장한다.
그러나 도플갱어가 가지고 있는 속설들은 결코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각 나라마다 도플갱
어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속설로,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도플갱어를 목격한 사람들 중 상당
수는 목숨에 위협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1956년 영국에 살던 네 살의 몽고메리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
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었으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무안해진 몽고메리는 혼자 장난감
을 공중에 던지고 받으며 놀기 시작했고, 그 순간 허공에서 장난감이 부셔져 그 조각이 자신
의 목에 들어가 질식사할 뻔했다고 한다. 그 당시 몽고메리가 자신을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
음으로 자신과 꼭 닮은 아이를 바라보았을 때,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몽고
메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소름 끼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1962년 미국 뉴욕에 거주하던 잭슨씨는 점심을 먹기 위하여 일하던 도중 잠
시 외출했다가 돌아왔는데 잭슨씨를 발견한 비서가 놀라며 언제 나갔었냐
고 물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비서의 말을 신경 쓰지 않
고 사무실 문을 열었고, 그 순간 자신의 책상에서 자신과 꼭 닮은 사람
이 대신 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잭슨
씨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
료를 받았다고 한다. 몽고메리와 잭슨 모두 자신의 도플갱어와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