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사랑에 관한 시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꼭 가까운 사람끼리만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가, 아니면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자신들의 슬픔을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 우리는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기를 빌려준다던가, 놀이공
원에서 길을 잃은 아이를 안내데스크에 데려다 주는 것이 있다. 먼 친척보다 가
까운 이웃사촌이 더 낫다는 말 또한 여기서 나온 것이다. 또 가끔은 모르는 사
람에게 내 마음을 말하는 게 더 쉬울 때가 있다. 깊은 관계의 사람은 이미 내 인
간관계 속에서 또 다른 인간관계를 구축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 사람이 나의 인
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두려워하곤 한다. 내 가장 친한 친구에게 고민을 말했
을 때, 또 다른 나의 친구에게 소문이 퍼지는 게 가장 보편적인 예이다. 그 때문
에 우리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관계는 깊은 관계들이 아니다. 가벼운 관계지만, 아름
다워 보인다. 우리가 가벼운 관계를 나쁘게 바라보는 이유는, 개인주의라는 이
름 하에 이기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정확히
구분한다면, 오히려 가벼운 관계가 사회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불필요
한 관계는 오히려 사회에 해가 된다. 연줄이라는 이름으로 부패를 선동하고, 친
구라는 이름은 도구로 사용된다. 오히려 자신들만의 벽을 치고 타인을 배척하
는 경향을 보인다. 이 사회에는 시인이 말하는 ‘꽃’과 같은 관계가 존재하지 않
는다. 그것은 단지 껍데기일 뿐이다. 더럽혀진 꽃의 의미 속에서, 우리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움츠려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만들기 위해 노력
해야 하는 사회는 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