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LINES ISSUE 10 'YOU' | Page 27

꽃을 위한 임예빈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너를 만난다. 물론 그런 너라는 존재들이 우리에게 모두 같 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마주쳤던 이름 모를 너, 버스 옆자리에 우연히 앉 았던 너부터 시작해서 오늘도 같이 저녁을 먹은 너, 울면서 전화해서 내 모든 슬픔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너까지, 너의 범주는 너무나 넓다. 그래서 우리는 너와 ‘너’를 구별하곤 한다. ‘너’와 의미 있는 교감을 꿈꾸던 시인이 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너와 ‘너’의 의미를 구 별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인이었다. 의미 없는 몸짓이 아닌 의미를 지닌 눈짓을 나누고 싶 어하던 시인이었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시인은 이러한 그의 마음을 시에 담았다.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는 이런 그의 마음에서부터 탄생하였다. 흔히 김 춘수 시인의 ‘꽃’은 사랑에 대한 시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시는 사랑이라는 두근대는 감정을 녹여낸 것이 아니라 의미와 무의미에 대한 시인의 존재론적인 인식이 담긴 시이다. 우선 시의 전문을 보자.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