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네 카메라로 어떻게 찍어?”
희주를 향한 날카로운 말이 교실 허공을 가로질렀지만 희주는 여유롭게 씩 웃어보였다.
“내가 찍은 거 맞아. 옥상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찍은 거라 어설프긴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희주가 아이들에게 종종 나눠주던 사진이었다. 희주는 우리가 반복되는 모의고사와 학
교 시험에 지쳐있을 때면 손바닥 안에 우주를 쥐어주곤 했다.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진들은 하나같이 영롱하고 위엄 있는 광활한 우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뿌연 유리창으로 투과
하여 찍은 듯 흐릿했고, 종종 삐뚤게 기울어져 있는 사진도 있었다. 별똥별이라든가 금성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희주의 목에 걸려있는 카메라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그 이유가 밝혀진 것이었다.
희주의 설명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신기한 듯 표정을 지었다. 사진을 한 번 더 사진으로 찍다
니. 희주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머릿속에 각종 수학 공식이나 영어 문장 대신 우주를 넣는다면 생
각도 저렇게 은하처럼 넓어질 수 있는 걸까. 나는 희주의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도서관이며 서점 귀
퉁이에 앉아 시간의 궤도를 이탈한 채 푹 몰입해있는 희주를 그려보았다. 과학 잡지며 양장본 도서에 실린
전문가들이 찍은 사진을 자신의 작은 카메라로 한 번 더 찍으며 희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리 속에서 나는 너의 삐뚤어진 금성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다, 그것을 넘기자 나
온 사진을 보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퀘이사 사진이었다.
“마지막 선물이야.”
마지막 선물이라니, 쓸쓸한 어감에 나는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희주가 내민 사진은 역시나 어두컴컴한
배경이었지만 주인공이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별처럼 보이는 그것은 아주 밝아보였고 언뜻 보면 꼭 타오
르는 불꽃같았다. 희주에게 주워들은 우주에 관한 것들을 떠올려 보았지만 이게 무엇인지 알 수 없어 희
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퀘이사라는 천체야. 언젠가 꼭 진짜로 찍고 싶은 것 중에 하나고.”
희주는 느긋한 말투로 설명을 시작했다. 퀘이사, 나는 입에서 그 단어를 천천히 굴려보았다. 독특한 어
감이었다.
“준성(準星)이라고도 하는데, 인간이 볼 수 있는 우주의 끝에서만 발견되는 정체불명의 천체래. 지구에
서 수십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나.”
희주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렸다. 그리곤 말을 계속 이었다.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다는 건 수십억 년 전에 생겼다는 거야. 얼마나 오래 된 건지 가늠이 돼? 나는 이
런 걸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작고 어린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돼. 근데 왜 세상은 자꾸 우리에게 분명하고
확실한 걸 꼭 정하라고 하는 걸까? 이렇게 굳이 사진으로 인화되지 않아도 퀘이사는 분명히 우주 어딘가
에서 반짝이고 있는데 말이야.”
그 때 나는 무어라 대답했던가. 아마도 난 또 그저 응, 하고 말았을 것이다. 너와 나의 거리는 고작해야
몇 걸음 남짓이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그 거리가 아주 멀게 느껴졌다. 내 손에 들린 사진 속의 퀘이사와 그
퀘이사를 둘러싼 무궁무진한 우주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듯 했다. 퀘이사와 희주는 정말로 닮아있었다.
퀘이사가 반짝이는 어느 우주의 궤도 속에 너도 함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지상을 달리고 있는 지하철의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세상은 온통 어두워져 하늘에 드문드문 흰색의 별무리가 보였다. 문득 네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이 떠올랐다.
―아, 그리고 말이야, 퀘이사는 단순히 하나의 별처럼 보이는데도 웬만한 은하 전체보다도 훨씬 밝게 빛
난대. 멋지지 않아?
아주 멋져.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