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윤현경
너를 소리내는 일은 괴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첫 번째로 생각났었던
것은 너의 이름이었으나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단번에 부른
적이 없었다 나는 아주 잠시,
오랫동안 너의 이름을 획마다
쪼개어 속으로 몰래 발음하곤
했었다 내 목소리로서 불리는
그 이름 석 자가 들려오면 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었다
이건 부끄러움이 아닐 것이다
네가 꼭 나를 꾸짖는 듯해서,
도저히 네 이름을 불러보거나
곱씹어보지도 못하기에, 나는
그저 좋아한다고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고선 안녕, 좋아하는
너도 같이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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