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의 단단함
쟌 칼로스 목사 (피우라, 페루)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습니다. 높은 나무에 올라가 홍수에 잠긴
카타카오스 마을을 쳐다보며 우리 교회가 있을만한 위치를 가늠해
보지만, 지붕조차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물에 잠겼고
모두 떠내려가 버렸습니다.
3월27일, 쏟아지는 폭우에 강물이 범람, 댐이 무너지며 엄청난
양의 물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으며 교회 성도들 중 13가정이 집을
잃었습니다. 물건을 챙길 새도 없이 겨우 몸만 빠져 나와 목숨만
건졌던 찰나의 순간을 털어놓는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낙심됐습니다.
목회자로서 그들을 격려하고 소망을 주어야 하는 것이 사명임을
알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해 나가야 할지 몰려오는
막막함으로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특히 완전히 물에 잠겨 전혀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지경이 된 교회의
모습을 직접 보니 그 동안 교회를 가꾸기 위해 성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며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고 계시다는 믿음을 굳건히 하라는
성령님의 감동하심이 제 마음에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빠져 나가자, 여러가지 질병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모기로
인한 댕기 바이러스 감염자의 수가 늘어났고, 메뚜기떼들이 마을을
뒤덮었습니다. 입을 옷, 깨끗한 생수가 절실했습니다. 먹을 음식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성도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 밖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목회자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예수님의
아이들] 사역 프로그램이 피우라에서 곧 시작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아이들] 사역을 통해 페루 빈민 지역의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주일 급식 뿐만 아니라 주일학교 교재
등을 제공하고 복음 확장에 힘을 실어 준다는 소식은 너무나도 큰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COJ에서 단기선교팀이
피우라를 방문해 저희 교회를 다시 건축해 준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참으로 그 어떤 풍파보다, 무서운 홍수보다 크신
분이십니다. 약속대로 선교팀이 달려와 저희를 섬겨 주었습니다.
교회가 재 건축된 후 성도들의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현재 저희
교회는 50여 가정, 청소년 40여명, 그리고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숫자는 150명이 넘습니다. 할렐루야!
홍수는 낡은 교회 건물을 모두 파괴해
버렸지만, 우리의 믿음까지 쓸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기적은 겉으로 보이는 새 교회 건물만이
아니라 믿는 자들의 영적인 성장으로
드러났습니다. 비 온 뒤의 단단함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을 이루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 돌려 드립니다.
18 HHK World Mission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