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90

하다. 시간약속에 대하여 늦는 사람들은 늦는 사람대로, 기다리는 사람들은 기다리는 사람대로 이렇게 길들여져 있는 불감증 환자가 돼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어떤 종류의 약속에서이든 상대방이 나보다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는 내가 미리 나가서 상대방을 기다리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미리 준비를 해놓고 나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 남는 시간에 자리에 앉아 쉰다거나 아니면 집에서 쉬었다가 나가는 것보다는 미리 가서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마음이 훨씬 편하다는 이야기이다. 가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시간밖에 없다”라며 만날 약속에 대하여 자신이 있다는 듯 흰소리 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된다. 일찍 나서면 시간상으로 무슨 손해 같은 걸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게 시간이기도 하지만 일 분 일 초가 아깝게 느껴질 만큼 귀한 것이 시간이기도 한데. 내 시간이 아깝다면 상대방에게도 그만큼 귀하고 아까울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