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3
작가의 말
“심심해서~”
“왜 글을 쓰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어떤 유명 여류작가의 대답이었다고 한다. 책을 내놓기만 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분은 과연 심심풀이로만 글을 쓰고 있는 것이었을까. 나 에게도 이런 질문이 온다면 어떤
답이 나오게 될까. 전문적인 작가도 아니요 글에만 매달리고 있는 전업 작가도 아닌 내가 가끔 글이랍시고 몇 자씩
끌쩍거리며 얼마씩의 시간을 축내고 있는 주제에 무슨 내세울만한 별다른 이유나 동기 같은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꼭 대답을 해야 한다면 역시 ‘심심해서~’라는 말 밖에는 다른 할 말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 분의 말을 흉내
내는 격이 되겠지만 나도 그분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분의 ‘심심해서’와 나의
‘심심해서’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분의 ‘심심해서’는 글을 쓰는 일 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을 만큼, 글
쓰는 일만이 그분이 해야 할 일의 전부, 그러니까 전문가적인 입장에서의 의미일 것이라면 나의 경우는 그나마
나에게 부여된 시간의 일부를 축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에는 “너는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고
있느냐”며
나의
사는
모습에
대하여
비아냥거리는
친구도
있다. 특별한 취미나 재주도 없으며 술이나 담배는 물론 그 흔한 골프나 초등학생도 할 줄 아는 고스톱도 칠 줄
모르는 내가 어지간히 답답해 보였던가 보다. 과연 나의 세상을 사는 재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직도 생계수단으로서의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도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기야 남들이 세상사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 밤잠을 설쳐가며 컴퓨터 앞에서 새벽 두 시도 좋고 세시도 좋게
꼼지락거리고 있는 것도 일은 일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 본다. 한 잔의 차가 마시고 싶어 레인지에 물을
올려놓은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물은 다 졸아 없어지고 스테인리스 주전자는 새빨갛게 달아있게 될 만큼
무언가에 몰입이 돼 있기도 하니 나에게도 할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하필이면 왜 글을 쓰는 것을 택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이럴 때는 ‘그냥 좋아서’라는 말
이외의 다른 설명이 없겠다. 드는 밑천이라고는 생각이라는 것과 얼마의 시간만 있으면 되니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다. 생각이 있고 시간이 있으며 의식이라는 게 남아있는 한 정년퇴직 같은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가다듬는 시간이 되기도 하니 나 자신을 스스로 다독여 볼 수도 있는
수양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나의
알량하기
짝이
없는
글들을
책으로
엮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용기라기 용기라기보다는 뻔뻔스러움이라고 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각종 문예지나 신문 같은 데에 발표되었던
원고들과 4-5 년간에 걸쳐 써두었던 원고를 정리하면서도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읽어볼수록 부끄럽게만
느껴지고 있으니. 한번 인쇄가 되고 나면 엎질러진 물 꼴이 되어 취소를 하거나 고칠 수도 없게 되는데 이런 글을
가지고 겁도 없이 덤비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주변의 선배님들과 문우들, 그리고 친구들이나 형제자매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다면 나 같은 주제에 감히 출판이라는 걸 생각이나 해볼 수 있었을까.
나에게 많은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단어나 문장 하나하나에는 아주 진한 그들의
사랑과 정이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