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44

수몰지구 학교 가는 행 길가 호밀밭 깊숙이 종다리 둥지 틀어 알을 품던 작은 마을 족제비 쪼르르 보리밭에 몸 감추며 코빼기만 내놓고 기웃대던 그런 마을 땅벌 집에 돌을 던지고 머리 싸매 도망치며 놀던 곳 대보름날 쥐불 피워 불놀이로 밤새우다 날 새면 오곡밥에 산채나물 나눠 먹던 충청남도 외진 부락 냇가의 작은 마을 옥마산 줄기 이어 흐르는 냇물 막아 수리조합 둑을 쌓아 물이 가득 채워지니 낳아 주고 키워준 개울가 초가삼간 수몰지구 물에 잠겨 흔적조차 없어졌네 고추가지 호박넝쿨 물속에 잠기고 꽁지 세워 촐싹대던 굴뚝새 보이지 않고 둥지 잃은 종다리만 하늘을 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