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17

공허 속에 가득 찬 공허 나 혼자만의 밀실 네모난 작은 공간엔 널브러져 있는 몇 권의 시집 구겨진 채 버려져있는 종잇장들 재활용 잡기장으로 쓰일 이면지가 어지럽다 마음속 텅 빈 공간을 채워보려 무던히도 애는 써보지만 늘어나는 건 구겨진 잡념뿐 공허 속엔 또 다른 공허로 채워져만 간다 머릿속에 꽁꽁 뭉쳐진 채 뛰쳐나오지 못하고 있는 숱하디 숱한 낱말들만 환영(幻影) 속에 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