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11
겨울 비 늦여름부터 목마름에 견디다 못해 까부라져 있더니 가는 빗물의 간지럼에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른다 주룩 주룩 빗발이 굵어지니 초록으로 물드는 벌판 펑펑 쏟아지는 빗소리 세차지니 풀잎은 키를 높인다 솔바람에도 사각사각 목쉰 소리로 신음하더니 겨울비로 몇 나절 적셔진 풀밭 털북숭이 양탄자 마냥 보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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