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11
영원한 팔불출
“어머님, 아버님, 니키가 뒷마당에좀 나와보시라네요”
뒷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던 작은 며느리가 부엌으로 들어오며 하는 소리다. 석양의 하늘 빛
깔이 너무나 아름답다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이다. 니키는 올해 다섯살이 되어 유치원
에 들어간 큰 손자 녀석이다.
2013년의 마지막날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를 합한 아홉명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돼 있어 부엌은 제
법 부산했다. 이런 중에도 니키녀석의 부름을 몰라라 할 수도 없어 나가보게 된다. 비록 어린 나이의 녀석이
지만 하늘을 바라다 보며 생각하고 있는 그 마음 속에는 무엇이 담겨있었을까. 어린 소견에 무슨 특별한 의미
같은 것이 있었을까마는 하늘의 색깔을 바라다 보며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번쯤 생각을 해 보게
한다. 나이꽤나 든 사람들의 눈에도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 상황이기도 할 터인데 말이다.
슬라이드 도어를 열고 나가보니 역시 붉게 물든 서녁의 하늘에 깔려오는 노을이 아름답다. 널따란 푸른 하
늘에 군데 군데 검은 색과 회색 구름이 흩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로 비춰나오는 붉은 석양. 한폭의 그림 같아
사진에라도 담아두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흠, 녀석에게도 저런 감상적인 면이 있다는 말인가’. 다섯살 나이에
저녘나절의 하늘을 바라다 보며 생각에 잠기고 있다는 것. 이를 할미 할배와 함께 나누고 싶어하다는데에 이
런 저런 생각에 잠겨본다. 이런 녀석을 앞에 두고 팔불출이 되지 않고 배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니키는 세상에 태어난지 몇달 후부터 이 년 가까이 내 손으로 키워온 녀석이다. 아내는 물론 아들 내외 모
두가 풀 타임으로 일을 해야했기 때문에 그들이 퇴근할 때까지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내가 맡게 된 것이었
다. 일이래야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는 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정이 흠뻑 들기에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틈틈히 녀석의 방에 살짝 들려 쌔근거리며 잠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다 나오기도
했다. 너무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으면 나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깨우기도 했었다.
커가는 모습, 하루 하루 달라지는 모습, 발전해 나가는 모습들을 바라다 보고 있자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깨우쳐 지게도 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저녀석의 나이일때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자라온 과정
은 또 어떠했으며 소년기, 청장년기 때의 모습은 어떠했으며 지금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
에도 잠겨보게 된다. 어느새 손자 손녀들을 둔 칠십대